“4명 다 작품은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왜 못했을까요?”

싱가포르에서 최근 열린 신진 디자이너 선발대회 ‘아우디 스타크리에이션’의 한 심사위원은 본선에 진출한 4명의 한국인 디자이너 작품이 어땠냐는 질문에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공개하지 못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쉬웠다”며 이렇게 답했다.

아시아 13개국의 젊은 디자이너 255명이 출전해 본선에 오른 12명 가운데 한국인이 4명이나 포함된 건 취재기자와 심사위원 등 모두의 관심사였다. 올해로 3회째인 아우디 스타크리에이션은 싱가포르 최대 패션행사 ‘아우디 패션페스티벌’의 일환이다. 우승자에겐 싱가포르 패션 브랜드 ‘라울’에서 1년간 인턴십(체류비 포함)을 할 수 있는 기회와 1만싱가포르달러(약 920만원)의 상금을 준다.

기대감을 안고 패션쇼 전에 열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참관했다. 12명의 디자이너들이 모델 한 명에게 대표작품을 입히고,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의 컨셉트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중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디자이너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한 일본 디자이너가 큰 소리로 일본어를 구사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반면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아쉬움이 많았다. 영어실력은 둘째 치고 자신감 없는 자세와 소극적인 태도 탓이었다. 한 디자이너가 노트에 적은 영어문장을 읽어내려가자 보다 못한 한 심사위원이 노트를 뺏으며 “한국어로 말해도 좋으니 이걸 내려놓고 작품을 설명하라”고까지 했다.

4명 중 비교적 차분하게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고영지 디자이너(31)는 최종우승자 3인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고 디자이너의 독창적 디자인과 훌륭한 작품이 주효했지만, “한국 디자이너들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아쉽고 답답했던 게 사실”(콜린 맥도웰 심사위원장)이라는 말을 들어보면 꼭 작품만이 전부는 아닌 듯 싶었다.

우승자로 선발된 고 디자이너 역시 “이틀 밤을 새우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지만 영어가 입에 붙지 않아 고생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경험은 부족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터다. 영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세계 무대를 향해 당당하게 설명할 줄 아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민지혜 싱가포르/생활경제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