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사진)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지인 계좌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발견됐다. 공유수면 매립면허 특혜에 연루된 노씨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창원지검은 노씨를 소환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주변인 계좌에서 그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백억원이 나타나 확인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노씨가 실질적인 주인인 것으로 여겨지는 서류상의 회사 K사가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후 용도를 변경해 되팔고 회삿돈인 이 돈을 노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돈을 확인했다.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K사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거액의 돈이 오고간 의심스러운 계좌가 나왔다”며 “노씨 일가와 관련된 것이어서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는 “이 돈은 2008년 5월까지 3여년간 활발하게 오고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피했다”고 수사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정재선 변호사는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린 검사를 (피의사실 공포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 변호사는 “뭉칫돈은 말도 안되는 얘기며,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차장검사는 “해당 계좌는 노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것”이라며 “자금관리인이라고 추정하는 근거는 노씨와 많은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 여부에 대해 이 차장검사는 “문제의 뭉칫돈은 노 전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하려 한 주변의 일부 나쁜 사람들과 세력들 때문에 생긴 거래로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노씨는 2007년 통영시 장평리 공유수면 17만9000㎡의 매립허가와 관련해 통영시청 공무원에게 청탁해 매립 면허를 받게 해주는 대가로 이 사업을 추진하던 S산업의 주식 30%를 자신의 사돈인 강모씨 명의로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지분 30% 중 20%를 2008년 2월 9억4000만원에 매각했다. 검찰은 이 돈 가운데 용처가 규명된 3억원 중 1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사저 관련 비용인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공유수면 매립 수사과정에서 이 건과 별도로 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땅을 사고 파는 과정에 노씨가 개입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을 포착했다. 수백억원의 뭉칫돈도 여기서 나왔다.

노씨는 2006년 박 회장 땅 5000㎡를 자신의 측근이 대표인 K사가 5억7000만원에 매입하게 했고 K사는 땅의 용도를 변경해 공장을 지어 제3의 회사에 33억원에 팔았다. 여기서 생긴 차액에서 14억~15억원가량을 노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검찰은 노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인 오는 23일 이후 결정할 방침이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