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입' 저주…아마존ㆍUS스틸 '몸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5월 초 건드려 폭락시킨 식품회사 허벌라이프, 추가언급 안 하자 주가 급등
“그린라이트캐피털은 리먼브러더스를 쇼트(공매도)하고 있습니다.” 2008년 5월21일 뉴욕에서 열린 아이라손 투자 콘퍼런스.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이 내뱉은 한마디에 회의장이 술렁였다.
그는 리먼브러더스의 그해 1분기 실적 발표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며 조목조목 회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엄청난 양의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보유하고 있는 리먼브러더스가 ‘교묘한 회계처리’로 잠재 손실액을 숨겼다는 설명이었다. 4개월 후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고 아인혼 회장은 큰 돈을 벌며 헤지펀드계의 거물로 떠올랐다.
이후 아이라손 투자 콘퍼런스는 매년 아인혼 회장의 투자 아이디어를 듣는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16일(현지시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도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아인혼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가 이름을 언급한 회사들의 주가는 급등락했다.
◆2008년은 리먼, 2012년은 아마존?
아인혼 회장은 이날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겨냥했다. 그는 “아마존이 다른 소매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빼앗고 있지만 수익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3년간 아마존 매출은 190억달러에서 480억달러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아마존의 미래는 수수께끼”라고 평가했다.
실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성장을 위해 수익을 희생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무료 배송을 제공하거나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를 애플 아이패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파는 등 저가 정책을 통해 우선 시장을 넓히고 보자는 전략이다.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4.39%에서 지난해 1.79%로 줄어들었다. 아인혼 회장은 아마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했을 뿐 주가에 대한 코멘트는 하지 않았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0.15% 하락했다.
◆한숨 돌린 허벌라이프
아인혼 회장의 영향력은 이날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시장의 관심은 건강식품회사 허벌라이프에 모아졌다. 지난 1일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아인혼 회장이 회계처리와 사업모델에 대해 질문했다는 사실만으로 40%나 주가가 폭락한 종목이다.
투자자들은 아인혼 회장이 허벌라이프에 쇼트포지션을 취했을 것으로 보고 그의 입을 주시했지만 그는 이날 허벌라이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의 대가로 허벌라이프 주가는 이날 하루 동안만 17.2% 급등했다.
건설소재업체 마틴메리어트머티리얼스(MLM)와 US스틸이 새로운 희생양이 됐다. 그는 MLM에 대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 덕분에 실적이 좋았지만 문제가 많은 회사”라고 비판했다. 즉시 MLM 주가는 8.2% 폭락했다. 아인혼 회장은 또 US스틸에 대해 “공급과잉,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고 이 회사 주가 역시 4.9%나 빠졌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