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주요 매수 주체인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셀 코리아'에 나서면서 지수의 지지선은 무의미한 상태가 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약 2조573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연립정부 구성 실패로 인해 유로존 탈퇴 이후 악재 등에 대해 외국인이 미리부터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며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 기조가 지속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하다"라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는 16일 오후 1시58분 현재 전날보다 2.19% 내린 1857.35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장중 기준으로 지난 1월 16일 이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증시 폭락의 이유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 탓이다. 외국인은 개장 이후 지금까지 3800억원 가까이 보유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고, 지난 7일 이후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 중이다.

외국인은 5월 들어서 단 하루도 매수하지 않았다.

외국인이 지난 2일부터 현재까지 팔아치운 순매도 규모는 약 2조5730억원에 이른다. 이달 들어 1000억원 미만으로 순매도한 적은 단 하루에 불과할 정도로 이들의 매도 규모는 상당하다.

지수 역시 연일 폭락세다.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장중 기준으로 2000선을 유지했던 지수는 현재 150포인트 가까이 빠진 1850선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의 이러한 매도 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지수가 추가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이슈가 지속적으로 증시를 압박하고 있어 이제부터 유로·달러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유로·달러와 외국인의 매도세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그리스 문제를 정책담당자들이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에서 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 미국의 추가 통화 완화 정책 발표 여부, 유럽중앙은행(ECB)의 3차 3년 만기대출(LTRO) 가능성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면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도 "최근 2주간 외국인 매도 배경은 유로존 재정 위기"라며 "문제가 현재 진행형인데 주식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해서 멈출 것 같진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리스의 태도가 가장 큰 변수"라며 "다음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그리스가 재정긴축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대응책이 나오기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그리스는 경제 규모에 비해서 유로존 내 역학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올해 1월 유로·달러 저점이 1.26유로인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1.2유로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도 폭등하고 있다. 이달초 1120원대에서 거래되던 달러대비 원화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뛰어올라 현재 1160원선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증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 시각 0.75% 뛴 1162.70원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 정인지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