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ㆍ브라질, 뛰는 물가에 경기부양 '발목'
대표적 신흥국가인 인도와 브라질 정부가 통화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추락하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고심 끝에 기준금리를 낮추자 힘들게 묶어놨던 물가가 곧바로 반등해 당황하고 있다. 브라질도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 헤알화 가치를 떨어뜨리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만으로 경기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에 부양책 막힌 인도

인도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지난달 도매물가지수(WPI)가 전월 대비 7.2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의 6.89%와 전문가 예상치 6.67%를 크게 웃돌았다. 인도는 WPI를 물가 판단의 지표로 쓰고 있다.

인도는 최근 수년간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10%를 넘나들던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서다. 덕분에 WPI 상승률은 올초 6%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성장률이 전년 대비 1.5%포인트 추락한 6.9%에 그치자 인도 정부는 지난달 17일 기준금리를 연 8.5%에서 8.0%로 인하했다.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경기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자 걱정했던 대로 물가가 곧바로 반등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로버트 프라이어 완데스포드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정부가 물가 부담을 안고도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환율 잡으니 인플레 우려

브라질의 사정도 비슷하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헤알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전력을 쏟았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서 막대한 유동성이 브라질로 몰려와 헤알화 가치를 높였고, 결국 수출 경쟁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0년 7.5%였던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7%로 급락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외국 자본의 유입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고 달러를 매입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중순 연 12%에서 지난달 9%까지 내려갔다. 덕분에 헤알화 가치는 14일 달러당 1.99헤알로 연초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금리와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5.1%로 정부 목표치인 4.5%를 웃돌았다.

브라질 당국의 고민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다시 해외 자금이 몰려들어 헤알화 가치를 높이고 수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플라비아 카탄 나스라우스키 전략가는 “낮은 통화가치와 기준금리, 물가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 체질부터 바꿔야”

인도와 브라질의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문가들이 내리는 처방은 원칙적으로 같다. 통화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는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에선 통화완화 정책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인도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반시장적 규제를 없애고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시장의 우려를 전하며 “금리 인하에만 의존해서는 경제 살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 국가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김동현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