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 시장은 대격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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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매몰비용에 연연치 말고 미국發 셰일가스 혁명 직시해야
지식경제부가 민관합동 셰일가스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만시지탄이다. 지금 세계는 셰일가스가 일으키는 천연가스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 에너지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늘 이런 식이다. FT 등 세계 유력언론들이 “유럽해체보다 더 큰 사건” “새로운 에너지 혁명의 시작”이라고 앞다퉈 보도한 것도 벌써 몇 개월 전이다. 빅뱅을 선도하는 것은 바로 땅속 암반층에 묻혀 있는 셰일가스다. 채취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북미지역에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5월 인도분의 단위열량당(MMBTU:입방피트) 가격이 2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제조업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셰일가스는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제품의 핵심원료인 에틸렌을 만들어낸다. 천연가스를 통해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는 제철기업도 그 영향권이다. 수송분야에서도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자동차나 트럭 등이 나오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양상이다. 그 영향은 미국 밖으로도 어어질 조짐이다. 미국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는 LNG를 수출하지 않는다. 앞으로 미국이 해외로 가스를 수출하면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혼돈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태양광은 구조조정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중이다. 태양광 강국으로 불리던 독일은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고 나섰고, 독일 태양광 업계 1위 큐셀마저 최근 파산신청을 냈다. 사우디 등 중동국가와 일본 등이 태양광 투자를 늘린다지만 독일 중국 미국 등은 구조조정 중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태양광을 두고 ‘된다’ ‘안 된다’ 논쟁이 한창이다. 업체에 따라 신규투자를 접는 곳이 나오는가 하면 태양광 베팅을 계속하겠다는 곳도 있다.
정부로서는 녹색 도그마에 함몰돼 있을 때가 아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흔들리는 데는 경기침체나 보조금 축소탓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남아공 더반에서의 교토의정서 개정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는 등 녹색성장의 토대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탄소 배출권 선물가격은 그야말로 폭락이다. 2008년만 해도 단위당 20유로대이던 것이 지금은 6유로까지 추락했다. 배출권 거래시장 자체가 사실상 파탄났다. 연초 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 등이 하락하는 등 1999년 시작된 상품의 슈퍼사이클도 끝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 이뤄진 녹색투자에 연연하거나 기득권 세력에 끌려 다닐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녹색성장 정책이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히 방향을 바꾸고 에너지 정책의 기틀을 다시 짜야 한다. 실로 냉정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