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1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한국의 패션 의류 기업들을 세계적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로 육성하는 종합 방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다. 기획 생산 판매를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표준형 시스템을 개발하고 대학에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하며 기업의 온라인 유통망 구축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장 반응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의류 생태계가 바로 SPA다. 관련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읽으면서 디자인을 기획하며 판매까지 도맡는다. 항상 5분 대기조처럼 민첩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는 기업들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그야말로 강자의 대접을 받는다. 일본의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최근 3년간 매출액을 4.5배나 늘렸다. 이미 국내 백화점들의 명품관 1층은 이들 SPA업체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이들의 성공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이룬 결과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구가 무엇인지 찾고 개선하고 또 개선한다. 유니클로는 아예 각 매장 책임자에게 전권을 위양한다. 직원도 매장 점장이 뽑는다. 현장에 밝은 책임자가 결국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를 시장 아닌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발상을 아직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다. 그것도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다룬 내용이다. 20세기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에 찌들은 정부다. 일본 정부가 유니클로를 육성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K팝 등 세계를 주름잡는 국내 한류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정확히 알아차린 기획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결코 정부가 육성했다고 만들어진 부산물은 아니다.

파리바게뜨 등 시장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오히려 규제하고 있는 정부다. 패션 산업 육성 정책이 거꾸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 될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