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기어이 동반성장지수라는 것을 발표했다. 56개 대기업을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 4등급으로 평가해 공개한 것이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동반성장지수가 대기업 줄세우기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줄세우기요 여론재판이 아니면 뭐라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복잡한 수식으로 만들어진 망신주기용 숫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선 업종별 특성조차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평가기준이다. 제조업과 유통, 건설 등은 거래의 구조부터 다르다. 아니 그런 지수를 만들 필요가 처음부터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협약 실적평가와 동반성장위가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동반성장 체감도를 합산한 것이 동반성장지수다. 점수 비중이 큰 자금지원 같은 정량적 항목이나 동반성장위의 체감도 조사는 업황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전자 자동차 등 잘나가는 업종과 건설 조선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업종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는 너무도 뻔하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을 드러내 놓고 망신 주자는 발상이었던 것이다. 위원장이 바뀌면서 달라질까 생각했는데 그대로다. 유 위원장은 한술 더 떠 애플을 모델로 거론하면서 국내 대기업의 동반성장 참여를 독려했다고 한다. 놀랄 일이다.
애플을 동반성장 모범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국내 웬만한 대기업은 이미 동반성장 천국 기업들이다. 애플은 조세회피로 유명하고 하청기업들을 쥐어 짜는 것으로 악명 높다. 애플은 올 들어 3월까지 무려 39.2%의 영업이익률을 올려 삼성전자의 세 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폭스콘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14%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의 주요 10개 휴대폰 협력사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8.4%였다.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치면 애플을 따라갈 기업이 없다. 신문에 다 나온 얘기들이다. 외국의 유명업체라면 무조건 우러러 보고 국내업체는 폄훼하는 이중잣대가 놀라울 뿐이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이익 많이 냈다는 뉴스를 듣고 (납품업체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고 넋나간 소리를 하더니 유 위원장은 신문도 안 읽으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