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은 평화는 말이 아닌 힘으로 얻는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 민주당은 대화로도 얼마든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 “북한이 쥐었던 주먹을 펴고 접근한다면 나도 그 손을 반갑게 맞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오바마 대통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2009년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했다. 2010년에도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해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층까지 북한과는 대화를 해 봤자 소용이 없다며 공공연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영양 지원을 제안하고 6자 회담이 아닌 양자 협상을 검토하겠다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북한은 다시 기세등등해졌다.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기념한다는 명목 하에 미국의 거듭된 반대를 무릅쓰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미지근한 대북 정책을 비판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대화로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심지어 미국 내 대표적인 친북 인사로 알려진 지미 카터 전 대통령보다도 더 겁을 먹고 있다고 조롱한다.

중국은 내심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중국의 환율조작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오바마 대통령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는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패를 공격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요인이다. 북한은 최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는 이란을 향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게 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유화책의 실패”라며 오바마 정부를 공격했다.

북한이 이 같은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핵실험을 고집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경제 부문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로 계속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 롬니 후보의 당선에 힘을 실어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한국을 박살내겠다고 계속 위협하는 북한이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칠 게 뻔한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는 속셈이 뭔지 헷갈린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ㆍ한국경제신문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