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각장애 인권운동 변호사인 천광청 문제가 미국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천 변호사 신병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그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오는 11월6일 미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을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유세에서 “천 변호사가 주중 미국 대사관의 보호를 벗어난 뒤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오바마 정부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외교적 무능력을 쟁점화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 차오양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천 변호사는 이날 자신과 관련한 긴급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의회로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어머니와 형제들의 안전이 가장 우려된다”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도움을 받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으로 가서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공화당 소속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은 “천 변호사를 대사관에서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프랭크 울프 의원도 “오바마 정부가 천 변호사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구두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 변호사 신병 처리와 관련한 국무부와 백악관의 모든 전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입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런 공방 속에 미국 정부 일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미·중 연례 전략경제대화(3~4일)를 하루 앞두고 천 변호사 신병을 너무 일찍 중국에 넘겼다고 인정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천 변호사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명확한 외교문서를 받지 않고 구두로 약속받은 게 실책이었다고 덧붙였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천 변호사 신병 문제를 놓고 중국 측과 재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천광청이 원한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유학을 갈수 있을 것 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