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구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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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에게 물었다. ‘언제 한국사람 다 됐다고 느끼는가.’ 답은 다양했다. 김치가 없으면 식사하기 싫을 때, 식탁에 화장실용 두루마리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때 등. ‘일본이 괜히 싫을 때’는 우스우면서도 묘한 공감을 일으킨다.
직장인들에게 괜히 싫은 것 중 하나는 짬밥이다. 잔반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짬밥이 군대밥을 뜻하던 건 옛일, 지금은 구내식당밥을 통칭한다. 잠시나마 사무실을 벗어나고 싶어서일까, 비슷한 메뉴에 질려서일까. 맛에 상관없이 짬밥을 기피하려 든다.
그런데도 요즘엔 웬만하면 구내식당을 찾는다. 음식값은 다락같이 오른 데다 얼른 먹고 남는 시간에 운동이나 산책을 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인의 이용도 늘었다. 구내식당 식사비는 4000~4500원인데 일반 식당에선 평균 6000원은 족히 드는 까닭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건물에 많은 오픈형 구내식당의 경우 적게는 20%, 많게는 36%까지 외부인이 차지한다는 마당이다. 한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이들과 단체급식의 속성상 이용자를 늘리려는 운영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일어나는 현상인데 주변 식당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구내식당에서까지 손님을 빼앗아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다. 서울시가 구내식당의 외부인 이용을 금지한 것도, 강원지방경찰청이 월 1회 지역 식당 이용 방침을 정한 것도 인근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한 조치란 설명이다.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본사 바로 옆에 직원 전용 식당을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현 구내식당 ‘카페 맥’은 외부인에게 개방돼 보안에 구멍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란 보도다. 애플은 최근 본사 안에 주요 건물을 잇는 지하 터널을 만 들고 외부 접근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리서치센터를 짓는데 덧붙여 직원들만 식사할 수 있는 곳도 건립한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연수원의 음식은 보통 본사 구내식당 메뉴보다 좋다고 한다.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는 교육의 부담이나 지루함을 식사로라도 덜어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래도 연수원 입소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비싸고 맛도 그저그런 바깥 식당을 찾아 가는 건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다. 남보다 많은 연봉, 근사한 사무실, 스티브 잡스가 사망 전 영입했다는 유명 일식전문가의 요리도 좋지만 보안을 위해 노상 갇힌 공간에서 식사해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숨이 막힐 것만 같다. 도난 방지를 위해 무조건 직원 식당을 이용하게 한다는 유통업체에 비하면 양반인 건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직장인들에게 괜히 싫은 것 중 하나는 짬밥이다. 잔반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짬밥이 군대밥을 뜻하던 건 옛일, 지금은 구내식당밥을 통칭한다. 잠시나마 사무실을 벗어나고 싶어서일까, 비슷한 메뉴에 질려서일까. 맛에 상관없이 짬밥을 기피하려 든다.
그런데도 요즘엔 웬만하면 구내식당을 찾는다. 음식값은 다락같이 오른 데다 얼른 먹고 남는 시간에 운동이나 산책을 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인의 이용도 늘었다. 구내식당 식사비는 4000~4500원인데 일반 식당에선 평균 6000원은 족히 드는 까닭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건물에 많은 오픈형 구내식당의 경우 적게는 20%, 많게는 36%까지 외부인이 차지한다는 마당이다. 한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이들과 단체급식의 속성상 이용자를 늘리려는 운영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일어나는 현상인데 주변 식당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구내식당에서까지 손님을 빼앗아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다. 서울시가 구내식당의 외부인 이용을 금지한 것도, 강원지방경찰청이 월 1회 지역 식당 이용 방침을 정한 것도 인근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한 조치란 설명이다.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본사 바로 옆에 직원 전용 식당을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현 구내식당 ‘카페 맥’은 외부인에게 개방돼 보안에 구멍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란 보도다. 애플은 최근 본사 안에 주요 건물을 잇는 지하 터널을 만 들고 외부 접근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리서치센터를 짓는데 덧붙여 직원들만 식사할 수 있는 곳도 건립한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연수원의 음식은 보통 본사 구내식당 메뉴보다 좋다고 한다.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는 교육의 부담이나 지루함을 식사로라도 덜어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래도 연수원 입소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비싸고 맛도 그저그런 바깥 식당을 찾아 가는 건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다. 남보다 많은 연봉, 근사한 사무실, 스티브 잡스가 사망 전 영입했다는 유명 일식전문가의 요리도 좋지만 보안을 위해 노상 갇힌 공간에서 식사해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숨이 막힐 것만 같다. 도난 방지를 위해 무조건 직원 식당을 이용하게 한다는 유통업체에 비하면 양반인 건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