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저장성(浙江省) 자싱(嘉興) 한국타이어 공장. 바쁘게 돌아가는 기계 굉음과 함께 고무 냄새가 물씬 풍겼다. 육중한 철골 구조의 기계들이 판판한 고무를 성형틀에 넣고 열과 압축을 가해 원형 타이어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승용차용 타이어를 가장 많이 만드는 공장이다. 한국타이어는 자싱과 장쑤성(江蘇省)공장에서 타이어를 생산해 9년째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비용, 줄이고 또 줄여라

한국타이어가 중국에서 성공한 비결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을 빼놓을 수 없다. 자싱 공장은 경트럭용 타이어를 포함해 하루 6만개, 연간 20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한다. 연산 2400만개로 세계 최대 규모인 대전·금산 공장과 맞먹고, 승용차 타이어 생산량으로만 볼 때는 자싱 공장이 가장 크다.

한국타이어의 공장 대형화에 비해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은 소규모 공장을 전 세계에 분산하는 전략을 써왔다. 생산규모도 1일 최소 2000~5000개에서 최대 2만~3만개를 생산하는 정도다. 한곳에 생산량을 집중하기보다는 현지에 여러 개의 공장을 건립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환율 변동, 공장 화재 등 위험을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리지스톤, 미쉐린 등 1, 2위 회사들도 한국타이어를 벤치마킹해 잇따라 설비 확충에 나섰다.

김용희 공장장은 “타이어는 미리 수주한 물량을 정해진 기간까지 선박으로 나르기 때문에 운송비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한국타이어가 규모의 경제의 효율성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각 연구센터의 업무 분담을 통해 개발비용도 줄였다. 김상구 중국기술센터장은 “한국 연구소에서 연구를 총괄하고 미국 유럽 중국에서는 현지용으로 특화하는 부문을 맡아 중복개발비로 낭비되는 부문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 완공하는 충칭공장에서 재생타이어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 공장장은 “트럭버스용 타이어를 생산하면서 한쪽에서 재생타이어를 만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공장 설계 단계에서 재생설비 도입 방안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한국 색깔 버려라”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에서 ‘한타이룬타이(韓泰輪胎)’라는 중국식 이름을 사용한다. 중국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기 위해서 다이빙선수 궈징징과 중국 여배우를 광고 모델로 캐스팅했다.

공장과 연구소도 현지 인력이 대부분이다. 중국본부 5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7515명 중 한국인은 63명에 불과하다. 이병진 중국지역본부장은 “한국 회사인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며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점차 현지인이 운영하고 판매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형 전략 제품도 시장에서 통했다. 중국은 비포장 도로가 많아 주행 여건이 열악하고 차량에 과적기준의 2~3배를 싣는 일도 허다하다. 한국타이어는 내구성이 강하고 소음과 승차감을 개선한 제품으로 중국 업체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 최정상 자동차 메이커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도 승부를 건다. 이를 위해 올해는 유통망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중국에서 타이어 판매망인 T스테이션을 ‘한국마스터즈’로 이름을 바꾸고 연내 300곳을 추가 개설해 가맹점을 총 1500여개로 늘릴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에서 타이어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트랙도 건설한다.

우병일 글로벌OE 담당 상무는 “중국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이 세계에서도 1위를 할 수 있다”며 “충칭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억개 생산능력을 갖춰 2014년 글로벌 5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자싱=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