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라./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한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고두현 시인의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라는 시의 첫 번째 연이다. 나는 신입사원을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항상 이 시를 읽어준다. 사람은 늘 벽 앞에 서 있는 존재다.

무슨 일이든 처음 직면할 때는 벽처럼 다가온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벽을 무너뜨리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 벽을 허무는 사람이나 기업을 두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부른다. 경영학에선 퍼스트 무버를 ‘최초 참여자 우위 이론’이라고 한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퍼스트 무버는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허물어뜨리고, 선도적 위치를 구축하는 기업을 말한다. 현재 세계적 일류 기업들은 대부분 퍼스트 무버였다. 태블릿 PC는 시장성이 없다는 고정관념의 벽을 허물고 애플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중소도시에선 인구가 적어 대형마트 사업이 어렵다는 편견의 벽을 깬 기업이 세계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에선 반도체와 같은 첨단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부정적 관념을 깨뜨리고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등극한 삼성전자도 퍼스트 무버였다.

내가 속한 미래에셋증권도 자본시장의 퍼스트 무버로서 성장한 기업이다. 대부분의 증권회사들이 주식 매매 수수료에 기반한 브로커리지 비즈니스에 매달릴 때,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자산관리’로 재정의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퍼스트 무버는 ‘강력한 도전정신’을 기업DNA로 갖고 있다. 남들이 기피하는 벽에 무모할 정도의 에너지와 열정을 기울여 부딪치기 위해서는 도전정신이 반드시 요구된다. ‘최초’를 만든다는 것은 고독한 길이요, 세상의 편견에 맞서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시를 신입사원들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젊은 청춘들이 도전정신을 가지고, 세상의 벽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우리시대의 젊은 청춘들은 고단하다. 막막한 현실로 인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벽은 언젠가 허물어지게 돼 있다. 현실의 벽도 시간이 지나면 ‘열고 들어온 문이 한때는 다 벽’이었을 뿐이다. 젊음은 도전의 상징이다. 현 시대의 일류 대기업들도 한때는 젊은 청춘의 중소기업으로 시작했다.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밑거름 삼아 도전을 통해 벽을 허물고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이다.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 세계대전으로부터 영국을 구한 윈스턴 처칠 경의 얘기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면, 젊음과 도전정신을 삶의 에너지로 삼으면, 현실의 벽은 시간이 흘러 모두 문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이 땅의 청춘들이여! “포기하지 마라. 그리고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갖고 퍼스트 무버가 되자!”

조웅기 <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cho@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