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정치 테마주(株) 영향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실질가치 보다 수급을 이용해 수익을 쫓는 일부 시장 교란 세력들로 인해 코스닥시장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경닷컴>이 한국투자증권 퀀트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 24일 기준 시가총액 상위 정치 테마주 13개 종목을 제외한 코스닥지수는 468로 조사됐다. 같은날 코스닥 종가가 487.62인 점을 감안하면 괴리율은 3.9%로 4%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들 정치 테마주를 제외한 코스닥지수 460선은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로 지수가 급락할 당시 수준과 비슷하다. 따라서 일부 정치 테마주를 제외한 코스닥 종목들의 주가는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얘기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정치 테마주는 안랩(시가총액 1조2216억원) EG(4687억원) 아가방컴퍼니(3808억원) 보령메디앙스(1764억원) 서희건설(1736억원) 바른손(1515억원) 세운메디칼(1441억원) 사람인에이치알(1390억원) 디오(1227억원) 넥스트칩(1083억원) 서한(1044억원) 비트컴퓨터(1043억원) 바이오스페이스(1016억원) 등 13개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연말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연관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한 정치 테마주들이다.

코스닥시장 전체 1026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인데 반해 이들 13개 종목의 시총은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종목 중 1.2%에 불과한 13개 정치테마주가 시가총액 면에서는 3.5%를 점하는 이상 과점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이들 조사대상 13개 종목이 정치 테마주에 휩쓸리기 전 전체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원장의 등판 소식으로 안랩(당시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 등 대권 후보의 여론조사 상황 등과 연동돼 관련 테마주들이 요동을 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이 일부 정치 테마주에만 매기가 쏠리면서 여타 소외된 중소형주들은 경기불황과 함께 주가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인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3개 정치 테마주 시가 총액이 불과 10개월만에 1.5%에서 3.5% 수준까지 급증했다는 것은 코스닥시장의 심각한 왜곡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괴리율 격차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데 심각성이 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