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정보기술(IT) 랠리는 LG그룹엔 ‘남의 나라’ 얘기였다. 유가증권시장의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연초 대비 18.9% 올랐지만 LG그룹의 ‘IT 쌍두마차’인 LG전자(5.7%)와 LG디스플레이(7.5%)의 주가는 게걸음을 쳤기 때문이다. 23.1% 오른 LG이노텍만 제 몫을 해낸 수준이었다.

이랬던 LG의 ‘IT 3인방’이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계기로 ‘잃었던 빛’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넘어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2분기부터는 실적이 한결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실적 되살아난 LG ‘IT 3인방’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전자는 전날보다 4.93%(3700원) 상승한 7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5일 발표하는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노근창 HMC증권 수석연구위원은 “LG전자 영업이익은 지난 2월 말 추정치(2470억원)보다 80%가량 많은 445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실적이 확인되면 그동안 LG전자 주가를 압박하던 외국인들의 공매도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록 적자를 냈지만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도 예상보다는 좋았다. 매출(6조183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고, 영업손(1782억원)은 25.5% 줄어들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는 “1분기는 경쟁력 기반을 강화하는 시기였다”며 “시장상황이 호전될 2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에도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많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LG이노텍에 대해 △1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추정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카메라모듈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 △패키지 터치패널 등 신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들어 투자의견(중립→매수)과 목표주가(8만9000원→11만원)를 상향 조정했다.

◆리스크도 있다

LG그룹 ‘IT 3인방’의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데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시장에서 우려하는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LG전자가 스마트폰 부문의 경쟁력을 언제쯤 회복하느냐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제대로 레벨업하려면 스마트폰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며 “오는 8~10월 예정된 아이폰5 출시 전까지 LG전자가 스마트폰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재정 위기와 미국·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도 잠재적인 위협요소다. 정한섭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및 중국 소비자들이 경기 둔화를 우려해 지갑을 열지 않을 경우 TV 수요가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LG디스플레이는 물론 LG전자와 LG이노텍도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상헌/정인설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