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日 전문가 모시니 기술 개발 빨라져"
22일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외곽의 산업용 필름 생산업체 SYC. 화성시에서 10㎞, 발안IC에서 8㎞ 더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에 위치한 공장이지만 이곳 직원들은 요즘 휴일도 없이 출근하고 있다. 다음달 2차전지용 분리막 시제품 생산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하기 위해서다. 2차전지 분리막은 일본인 퇴직 기술자를 고문으로 기용하며 지난 2년간 준비해온 신사업. 연이은 강행군에 지칠 법도 하지만 2014년이면 회사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직원들의 표정은 되레 밝았다.

일본 퇴직 기술자를 고용해 성과를 거두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품·소재 분야가 강한 일본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퇴직 기술자와 양산 기술이 좋은 국내 중소기업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이 같은 협력이 본격화한 것은 2008년부터.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이 즈음 대거 은퇴하는 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을 시작했다.

SYC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지원을 받은 업체 가운데 최근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이 7명에 불과한 SYC가 2년 만에 2차전지 분리막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고문인 사토시 나고 씨(70)의 도움이 컸다. 그는 규슈대학, 도쿠야마종합연구소 등에서 40년간 일한 화학 전문가로 지난해 SYC에 합류해 분리막 원재료 수급과 혼합 연구, 장비 및 공정 조건 개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SYC는 분리막을 통해 1998년 창업 이후 14년 만에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은 266억원. 하지만 신사업만으로 내년 400억원, 2014년 7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호년 SYC 회장은 “사토시 고문이 연구해온 분리막 기술은 일본 주류 방식과 달라 현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SYC와 만난 뒤로는 서로 추구하는 개발 방향이 맞아떨어져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도 안산 단원구에 있는 자동차용 알루미늄 부품 전문업체 코레스도 일본 기술자 에노모토 센지 고문(65)과 협력해 연간 수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에노모토 고문은 42년간 금형 설계를 해온 경험을 살려 알루미늄 부품을 압출할 때 사용하는 금형물의 사용 기간을 2.5배 늘렸고 올해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은 2009년 수출 증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381억원의 재무적 성과를 낸 데 이어 2010년에는 두 배가 넘는 822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재단은 지난해 SYC, 코레스 등 52개 중소기업을 지원했고 올해는 70개사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