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문제가 연일 화두다. ‘그냥 쉬는’ 20~30대 청년이 지난달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핵심인 창업으로 해법을 찾은 젊은 농업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한 A씨(26)는 3300㎡의 농지에서 2년째 육묘사업을 하고 있다. 수박 고추 배추 위주로 종묘를 판매해 연간 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고품질로 차별화한 종묘는 선주문이 90%가량으로 인기가 높다. 대부분 인근 농가에 직접 판매해 유통마진을 없앴고 일부는 대리점에 납품해 안정적 판로를 마련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B씨(27)는 인삼농사를 짓는다.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한 농사가 어느새 14년 경력이다. 금산 옥천 태안 등지에서 인삼밭 3만9600㎡를 부자가 함께 일궈 연간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아직은 아버지에게 월급을 받고 있지만 기술을 조금 더 익힌 뒤에는 별도의 사업체를 세워 자립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본인 명의의 밭 5600㎡를 혼자 관리하기 시작해 독립의 첫걸음을 뗐다.

최근 실시한 한국농수산대 조사에 따르면 농사를 짓는 졸업생의 평균 소득은 6516만원이며, 이 중 1억원 이상 고소득자가 23%에 달한다. 도시근로자 평균 연소득 4809만원, 100대 기업 직원 평균 연봉 6195만원과 비교하면 시사점이 크다.

물론 고소득 농업인으로 정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착을 위해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기술을 체득해야 하고 지역사회에도 잘 적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사지을 만한 땅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농촌이 고령화돼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기계화가 진전돼 농사짓기 좋은 땅은 금세 임차인이 나타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농 경험이 적고 연고가 없는 젊은 농업인은 농사지을 땅이 없다. 농지 가격이 많이 올라 매입하기도 부담스럽다.

이제 젊은 농업인의 농지 확보에 물꼬가 트였다. 정부는 올해부터 농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20~30대 농업인을 선정해 농지를 우선 지원한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보유한 농지 또는 임대를 위탁받은 농지를 장기 임대(5~10년)하거나 농지 매입자금을 저리로 융자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희망 지역, 재배 작목, 규모 등 각자의 영농계획에 맞게 5년 동안 최대 5㏊를 우선 지원받는다.

우리나라 농업인 중 20~30대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10년 전 6.6%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농업 부문에서 젊은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연히 작다. 우리 농업에 미래를 담당할 젊은 세대가 늘어야 농촌에 희망이 생긴다. 유능하고 진취적인 젊은 농업인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이상길 <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