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부터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 확대와 함께 불거진 대형 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진출과 중소상인들에 대한 생존권 위협이 대·중소 유통 갈등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급기야 중소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는 정부규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상생협력촉진법 개정을 통한 대형 유통업체의 전통시장 1㎞ 반경 진입 금지 등의 규제가 도입됐다. 이어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및 월 최대 2일간의 의무휴무일 도입이라는 강력한 규제조치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6년 유통시장 개방 때에는 4인 이하의 영세 소매업체가 71만개였으나 2009년에는 57만개로 19.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48%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감소율은 전반부보다 후반부에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유통시장 개방과 대형 유통업체의 지배력 증가 효과가 10여년이 지난 후부터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종합소매업에서 대형 소매업체(백화점 대형마트 SSM 등)의 집중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종합소매업 매출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비중이 2001년 42.3%에서 2009년 약 61%로 커졌다. 대형 소매업체의 종합소매업 유통시장 지배력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유통업체들의 원가와 이익을 규모별로 비교해 보면 대형 소매업체의 매출원가율은 2001년 73.9%에서 2009년 61.6%로 12.3%포인트 낮아졌다. 영업이익률은 2001년 7.5%에서 2009년 9.9%로 2.4%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세 유통업체들의 매출원가율은 약 10년 사이 10%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영업이익률은 1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소매업체들의 매출원가율 하락은 규모의 경제와 ‘바잉파워’에 따른 매입단가 하락에 힘입은 바 큰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앞으로도 바잉파워 증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 뻔하다. 결국 대형 소매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대·중소 유통업체 간 성과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며, 다수 중소 소매업체의 시장 퇴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형마트를 선보인 이후 새로 시작한 SSM, 쇼핑몰, 아울렛몰,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등 업태들이 특별히 혁신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저 기존의 업태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로 기존 시장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왔을 뿐이다. 결국 혁신성보다는 규모의 경제에 따른 바잉파워를 무기로 기존 시장의 경쟁자를 몰아내고 시장을 차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대기업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수 대형 소매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지면 소매유통 시장은 독과점 구조가 될 것이고, 이들 소수 대형 소매업체 간에는 건전한 경쟁보다는 마케팅 위주의 과당 경쟁으로 과소비·충동구매 등의 소비자 불이익이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유통시장의 다양한 경쟁이 제한되고 대형 유통업체의 비대화로 인한 공급자와의 불평등 거래관계는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

대형유통업체 위주로 시장집중도가 커지면 저가 외국산 제품의 수입 증대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저가 외국산 제품의 수입 증대는 물가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한편으론 국내 생활용품 제조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도 저가·저품질 제품으로 인한 불만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경영행태는 납품관계에 있는 제조업과 수평적 경쟁관계에 있는 대·중소 유통업계, 나아가 소비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유통산업의 집중화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그 중요성이 크기에, 공정경쟁 측면과 사회적 균형발전 측면에서 정부의 감시와 적절한 시장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규제의 목적이 사회 발전에 바람직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규제의 실효성 또한 충분히 검토해 그 규제를 통해 규제 목적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반대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기능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며 대형 유통업체의 경영에 큰 피해를 입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규제에 반대하는 측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는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 월 2회 일요일 강제 휴업제가 도입되면 해당 영업점의 매출이 10% 이상 하락한다고 대형 유통업체 측은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단순한 산술적 계산에 의한 것이다.

일요일 휴무가 시작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휴무일 전날 세일도 할 것이고, 소비자 또한 휴무일을 고려해 사전에 쇼핑을 하는 등으로 대응할 것이기에 매출은 예상보다 훨씬 덜 감소할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 중 이미 자율 휴무일을 지정해 시행하는 2001아울렛은 매주 일요일마다 휴무하고 있다. 만약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계산하면 2001아울렛은 휴무 없이 영업할 때에 비해 20% 이상 매출이 감소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져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터인데 아직도 영업을 잘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 규제는 중소상인 보호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와도 관련이 있고, 소매업계 근로자들의 노동복지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24시간, 365일 영업’에 대한 규제는 에너지 낭비는 물론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과다한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노동복지 차원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중소상인들 또한 치열한 경쟁을 위해 노동강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건강과 가정을 돌볼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기에 과열된 경쟁을 식혀 줄 필요가 있다.

결국 유통산업 정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유통시장에서 대형유통업체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인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농업·응용경제학 박사△한국유통학회 회장(2009년)△중소기업중앙회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