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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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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천자칼럼] 야동
    포르노그래피의 동의어인 ‘옵신(obscene)’을 풀면 ‘무대 밖’이 된다. 무대 이면은 어디나 은밀하거나 추하단 얘기다. 뭔가 훔쳐보려는 욕구엔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걸까. 18세기 유럽에선 포르노가 유행했고 같은 때 조선의 귀족 역시 춘화를 찾았다.

    드라마 ‘이산’에선 화원 이천(지상렬)이 춘화로 돈을 모으고,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선 임금과 신하 할 것 없이 ‘김 상궁의 은밀한 매력’을 읽느라 법석이다. 실제 영·정조 시대 화가인 김홍도와 신윤복이 남겼다는 춘화는 농염하기 짝이 없다.

    200여년 뒤인 21세기 초, 드라마 ‘거침 없이 하이킥’에 나온 칠순 할아버지(이순재)는 음성으로 작동된다는 손자들에게 속아 노트북을 산 뒤 식구들 몰래 야한 동영상(야동)을 보기 위해 노트북 앞에서 “야~동 야아아아~동 야한 동영상~” 이라고 말하다 곤경에 처한다.

    ‘야동 순재’란 별칭을 만들어낸 장면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데 그쳤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포르노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길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포르노그래피를 단속하자면 그 유해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미국과 유럽 모두 포르노가 크게 유해하지 않다며 규제 대부분을 철폐한 것. ‘강간이 성행위가 아니라 폭력인 것처럼 포르노는 섹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여성 혐오와 폭력을 담은 것’이란 여성들의 주장은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포르노산업 종사자와 표현의 자유 옹호론자들에 의해 힘을 쓰지 못했다.

    포르노산업의 추악함을 파헤친 영화 ‘8미리’의 파장에도 불구, 야동은 갈수록 늘어난다. 게다가 인터넷 확산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청소년에게까지 파고든다. 서울 시내 남녀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3.7%가 1주일에 1시간30분 이상 야동을 보며, 13세 미만 성폭력 가해자 10명 중 3명이 미성년자란 마당이다. 포르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과 달리 야동이 왜곡된 성(性)인식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청소년들의 음란물 노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혼 남성이 ‘야동’을 자주 보면 간이 나빠질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에 따르면 야동이 스트레스호르몬을 증가시켜 간 기능을 떨어뜨리면서 왼뺨을 파랗게 만들더란 것이다. 자극적 영상 훔쳐보기가 심신에 미칠 영향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지만 얼굴색이 변한다는 건 놀랍다. 야동 자제의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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