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루밍'의 저주?…베스트바이 CEO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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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 매장서 가격비교만
구경하다 주문은 온라인으로…지난해 4분기 17억 달러 적자
유통업계 신화 저물다
매장보조로 출발해 CEO 올라…모바일 등 경영변화 실패 쓴맛
구경하다 주문은 온라인으로…지난해 4분기 17억 달러 적자
유통업계 신화 저물다
매장보조로 출발해 CEO 올라…모바일 등 경영변화 실패 쓴맛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브라이언 던 최고경영자(CEO·사진)가 10일 전격 사임했다.
베스트바이는 이날 “이사회와 던 CEO가 회사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그의 사임 소식을 발표했다. 베스트바이는 “이사회와 CEO 간에 회사 운영과 관련한 의견 차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후 추가로 발표한 성명에서 “던 CEO의 사적인 품행과 관련된 사안이 이사회에 보고됐으며 감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던 CEO가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는 지난해 4분기 1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려왔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이에 따라 던 CEO의 사임이 그의 경영능력 때문인지, 개인적 행실 때문인지에 미국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장 보조에서 CEO로
던 CEO는 유통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1985년 베스트바이 매장의 보조 영업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9년 CEO가 되기까지 24년을 꼬박 베스트바이에서 일했다. 대학에 다닌 적이 없는 그는 농담 삼아 “나는 유통대학(university of retail)을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대 긴 머리를 짧게 깎고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의 사운드트랙을 크게 틀어 고객들을 스테레오 매장으로 끌어들일 만큼 열정적인 영업맨이었다. 한 동료는 “던 CEO는 뼛속까지 파란색”이라고 말했다. 베스트바이 매장 직원들이 입는 파란색 티셔츠에 빗댄 말이다.
◆환경변화 적응 실패
애정만 가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변화의 소용돌이는 던 CEO가 취임한 2009년께부터 시작됐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고객들이 이른바 ‘쇼루밍(showrooming)’을 시작하면서다. 고객들은 베스트바이에 와서 신제품을 구경한 후 스마트폰을 통해 가격을 비교했다. 그리고 정작 구매는 아마존닷컴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했다. 베스트바이의 실적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2006년 50.61달러였던 평방피트당 영업이익이 지난해 18.52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던 CEO는 대형매장 위주의 ‘빅 박스’ 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50개 대형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 400명을 해고하는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유통업계 컨설턴트인 크레이그 존슨은 “베스트바이의 매장 운영 모델은 1990년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비전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스트바이가 4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CEO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쇼루밍
showrooming.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이나 전화, 방문판매 등 다른 유통 경로로 하는 것. 제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중 하나다. 오프라인 매장이 전시실(showroom) 역할만 한다는 것에서 나온 표현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베스트바이는 이날 “이사회와 던 CEO가 회사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그의 사임 소식을 발표했다. 베스트바이는 “이사회와 CEO 간에 회사 운영과 관련한 의견 차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후 추가로 발표한 성명에서 “던 CEO의 사적인 품행과 관련된 사안이 이사회에 보고됐으며 감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던 CEO가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는 지난해 4분기 1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려왔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이에 따라 던 CEO의 사임이 그의 경영능력 때문인지, 개인적 행실 때문인지에 미국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장 보조에서 CEO로
던 CEO는 유통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1985년 베스트바이 매장의 보조 영업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9년 CEO가 되기까지 24년을 꼬박 베스트바이에서 일했다. 대학에 다닌 적이 없는 그는 농담 삼아 “나는 유통대학(university of retail)을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대 긴 머리를 짧게 깎고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의 사운드트랙을 크게 틀어 고객들을 스테레오 매장으로 끌어들일 만큼 열정적인 영업맨이었다. 한 동료는 “던 CEO는 뼛속까지 파란색”이라고 말했다. 베스트바이 매장 직원들이 입는 파란색 티셔츠에 빗댄 말이다.
◆환경변화 적응 실패
애정만 가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변화의 소용돌이는 던 CEO가 취임한 2009년께부터 시작됐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고객들이 이른바 ‘쇼루밍(showrooming)’을 시작하면서다. 고객들은 베스트바이에 와서 신제품을 구경한 후 스마트폰을 통해 가격을 비교했다. 그리고 정작 구매는 아마존닷컴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했다. 베스트바이의 실적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2006년 50.61달러였던 평방피트당 영업이익이 지난해 18.52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던 CEO는 대형매장 위주의 ‘빅 박스’ 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50개 대형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 400명을 해고하는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유통업계 컨설턴트인 크레이그 존슨은 “베스트바이의 매장 운영 모델은 1990년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비전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스트바이가 4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CEO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쇼루밍
showrooming.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이나 전화, 방문판매 등 다른 유통 경로로 하는 것. 제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중 하나다. 오프라인 매장이 전시실(showroom) 역할만 한다는 것에서 나온 표현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