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정신팔려 있던 사이 북한의 ‘광명성 3호’ 는 마지막 발사 카운트다운만 남기고 있다. 북은 곧 3차 핵실험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 수순은 북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린다고 주장한 추진 로켓이 결국 위장된 미사일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광명성 3호는 기만(欺瞞)이고, 실체는 그들이 공개한 동창리 발사기지 사진에서도 뚜렷한 ‘은하 3호’로켓, 다시 말해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은 절묘한 타이밍으로 판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 베팅을 위해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준비해왔을 것이다. 김일성 100회 생일(4월15일)에 때맞춘, 인민이 굶어죽든 말든 핵과 장거리 미사일의 과시에 올인했던 김정일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 불꽃놀이의 노림수가 무엇이겠는가. 3대 세습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완성하고 국제사회에서 그의 몸값을 한껏 올리자는 것이다.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우리나라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외국 정상들이 서울에 집결한 지난달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원래 의제(핵테러 방지와 핵물질 감축을 위한 국제공조)는 묻힌 채 북의 미사일 발사가 최대 이슈였던 것만으로도 그렇다. 국제사회가 비난하고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한 목소리로 발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까지 북은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협박의 강도를 높여 더 많은 것을 갈취하기 위한 ‘핵마케팅’의 성과는 극대화됐고 김정은의 존재감도 확실하게 각인됐다.

북의 후견국가인 중국이 이례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별 의미는 없다. 북이 아무리 ‘지구관측위성’ 발사의 보편적인 주권을 우겨도, 위성을 실었든 아니든 그 어떤 로켓 발사행위도 금지된 예외국가가 북한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의 규정이다. 중국이 북을 말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던 이유다.

중국이 한반도 정책기조로 일관되게 내세우는 ‘안정’이 의미하는 것은 남과 북의 현상유지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이 어떤 망나니짓을 하더라도 북에 대한 위협을 용인할 수 없으니 남한과 국제사회는 그저 당하고 있으라는 억지 요구로 나타난다.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의 끊임없는 도발에 중국은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북이 전혀 뒤탈을 걱정하지 않고 도발을 일삼는 것도 그런 중국의 비호(庇護) 때문이다. 이번에도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선다지만 중국이 가로막을 게 틀림없다.

은하 3호가 2009년 4월에 쏜 대포동 2호 미사일의 3200㎞보다 더 멀리 날아간다면 북은 협상의 칼자루를 쥐고 또 미국을 끌어들여 터무니 없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의 갑옷을 두른 김정은의 몸값이다. 북의 핵과 미사일을 막을 방법은 그것을 직접 타격해 파괴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런 전쟁이 아니라면 결국 김정은의 몸값을 지불하느냐 마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어떻게 할것인가.

어느 쪽이든 도발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북의 돈줄을 틀어막는 제재를 선택하든, 돈과 식량 물자를 쥐어주는 협상으로 가든 북의 본질은 조금도 바뀔 게 없다. 달라는 대로 주면 몸값을 키워 더 많은 것을 뜯어가기 위해, 주지 않으면 협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핵실험을 하고 사정거리를 늘린 미사일을 쏘아댈 것이다.

더구나 북에 있어서 협상의 상대는 미국이지, 우리 남한은 갈취의 대상일 뿐이다. 북에 대한 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과거 정권 시절 그들에게 퍼주면서 뭘 얻었고 돌아온 것이 무엇이었는지 눈감고 있다. 끊임없는 도발을 통해 위기만 증폭시켰고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은 여전하다.

핵과 미사일로 정권을 지키고 인민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그들 스스로 뼈저리게 깨닫지 못하는 한 외부의 힘으로 핵과 미사일 도발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사실 없다. 어떤 협박에도 핵과 미사일의 대가를 지불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는 이유다. 대화·협상·지원으로 북을 바꾸겠다는 건 환상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