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11 우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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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空約 아쉽지만 "그래도 내가 아니면…" 다시 투표소로
박경림 < 방송인 twitter.com/TalkinPark >
박경림 < 방송인 twitter.com/TalkinPark >
어릴 때 몇 년간 시골에서 자란 적이 있다. 경상북도 김천이었는데, 마치 영화 ‘동막골’처럼 산길을 한참 오르면 나타나는 산 위 마을이었다. 그렇다 보니 마을을 오르는 길은 당연히 비포장이었고 택시도 가기를 꺼리던 길이었다. 마을회관에서 몇 종류의 과자와 음료수를 팔긴 했지만 내가 먹고 싶은 초콜릿이라도 하나 사려면 삼십분을 뛰어 내려와, 다시 그 이상 뛰어 올라가야 했다. 운이 좋은 날은 경운기라도 한 대 만나 얻어 탈 수 있었는데, 바닥에 돌이 많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춤을 추면서 올라갔다.
그렇게 멀고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이 많은 길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서울로 다시 올라온 나는 1년에 두 번씩 명절 때마다 시골을 찾았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산길에 변화가 생겼다. 산길 초입이 포장돼 있는 것이다. 입이 절로 벌어졌다. 발 밑에 밟히는 돌들이 없으니 걷는 게 훨씬 편했다. 그렇게 그 포장도로에 익숙해지려는 순간 다시 비포장 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뒤돌아 보니 하얀 포장도로는 눈에 보일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다.
작은아버지께 왜 포장길이 여기서 끝이냐고 여쭸다. 돌아온 답은 “이번에 국회의원 되신 분이 공약으로 포장해 주신다고 했는데, 일단 여기까지 해준기라. 약속했으니까 나머지도 해주겠지…” 허허 웃으시는 작은아버지의 눈에는 분명 믿음과 희망이 있었다. 결국 마을을 오르는 길은 모두 포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10년 이상이 걸렸다. 어린 나로서는 이해하기 좀 힘들었다. 공약이었다면서…. 물론 내가 모르는 예산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애초에 50미터만 해주겠다 반만 해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선거철만 되면 “뭐든 다해주겠다”고 해놓고는 막상 되고 나면 보여주기식으로 조금 하다 마는 공약들. 만약 당선 후에도 마을을 찾아왔다면 이곳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낸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집에 도착했다. TV를 틀면 후보들이 재래시장과 양로원 등을 찾아가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모두가 이 지역 발전을 책임지겠다고,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과연 저 중에 당선 후에도 재래시장과 양로원 등을 찾아서 그분들과 소통하고 어려움을 나눌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후보들을 살펴보았다. 인적사항, 재산상황 및 병역사항, 세금 납부 실적 및 전과 기록들이 공개되고, 각 후보의 걸어온 길과 각자의 공약들이 나와 있다. 누가 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너무 당연한 것일까. 그럼에도 우리의 선택이 그들과 우리의 환경을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이번에도 투표소로 향해본다.
박경림 < 방송인 twitter.com/TalkinPark >
그렇게 멀고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이 많은 길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서울로 다시 올라온 나는 1년에 두 번씩 명절 때마다 시골을 찾았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산길에 변화가 생겼다. 산길 초입이 포장돼 있는 것이다. 입이 절로 벌어졌다. 발 밑에 밟히는 돌들이 없으니 걷는 게 훨씬 편했다. 그렇게 그 포장도로에 익숙해지려는 순간 다시 비포장 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뒤돌아 보니 하얀 포장도로는 눈에 보일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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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낸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집에 도착했다. TV를 틀면 후보들이 재래시장과 양로원 등을 찾아가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모두가 이 지역 발전을 책임지겠다고,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과연 저 중에 당선 후에도 재래시장과 양로원 등을 찾아서 그분들과 소통하고 어려움을 나눌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후보들을 살펴보았다. 인적사항, 재산상황 및 병역사항, 세금 납부 실적 및 전과 기록들이 공개되고, 각 후보의 걸어온 길과 각자의 공약들이 나와 있다. 누가 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너무 당연한 것일까. 그럼에도 우리의 선택이 그들과 우리의 환경을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이번에도 투표소로 향해본다.
박경림 < 방송인 twitter.com/Talkin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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