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동강에 있는 섬 능라도에서는 ‘곱등어관’ 마무리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식으로는 돌고래쇼장이다.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해 남포에서 평양까지 50여㎞의 수로까지 팠다. 수족관 5900㎡(1780여평)에 관람석 1000석 규모라고 한다. 고구려 유적이 많은 대성산 기슭 200만㎡(60여만평) 부지에는 평양민속공원을 건설 중이다. 고구려와 고려 발해 조선시대의 궁궐·관청·가옥들이 실물 크기로 재현되고, 주체사상탑 당창건기념탑 천리마동상 등이 축소모형으로 전시되는 공원이다.

평양 보통강변에는 지하 4층, 지상 101층의 류경호텔이 지어지고 있다. 높이 330m 피라미드형의 이 호텔에는 3000여개의 객실과 7개의 회전형 식당, 도박장, 무도회장이 들어선다. 1987년 착공해 1992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으로 장기간 방치되다가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투자로 공사가 재개됐다. 오라스콤은 2억1500만달러를 투입하는 대신 호텔의 지하 4층부터 80층까지의 경영권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장비가 변변치 않은 탓에 대학생과 군인들을 데려다 쓴다고 한다. 주요 대학들이 작년 6월부터 휴교를 했다니 벌써 10개월째다. 북한의 특수부대라는 ‘폭풍군단’까지 동원돼 총 대신 삽자루를 잡고 공사에 매달리는 모양이다. 모두 김일성 100회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을 뻑적지근하게 치르며 ‘강성대국’을 선포하기 위해서다. 용량 30만㎾의 희천발전소, 618시멘트공장 등 산업시설도 일부 있지만 과시용이 훨씬 많다. 박연폭포 주변 바위에 글자 높이 5m, 총 길이 37m의 100돌 기념 문구를 새겨 넣었고 김일성 생가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태양절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20억달러란다. 작년 북한 예산 57억달러의 3분의 1이 넘는 액수다. 여기에 태양절 축포 격인 ‘광명성 3호’의 제작 및 발사장 건설 비용 8억5000만달러가 추가된다. 머지않아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돌고래쇼를 하고 미사일을 쏜다고 이밥에 고깃국이 나올 리 없다. 결국 저들이 열어젖히겠다는 강성대국의 실체는 핵보유의 완성이다. 태양절을 계기로 AP CNN NHK 등 외국기자들을 초청해 놓고 강성대국의 출현을 공표하는 이벤트를 벌이려는 것이다.

우리 정치판도 이상하게 돌아가긴 마찬가지다. 3대세습과 핵실험에 대해 침묵하는 세력들이 야권통합을 명분으로 내일 총선에서 국회 원내교섭단체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정권이야 비판해도 상관없지만 국체(國體)를 부정하는 세력을 합법화하는 건 곤란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