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의회가 태양광 발전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최대 29%까지 줄이기로 결정했다. 긴축재정을 펴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은 이미 지난 1월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왔던 태양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는 형국이다. 보조금 없이는 도저히 지탱할 수 없는 녹색 버블의 현주소다.

태양광 산업이 그동안 보조금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성장했고 전기료 상승을 부추겼다는 게 독일 정부의 설명이다. 독일 태양광 업체들은 즉각 반발하며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정부를 위협했다. 보조금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이들이 거대 이해집단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준다. 독일이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의 보조금 삭감은 전 세계적으로도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세계 최대 태양광 수출국인 중국과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던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던 터여서 엎친데 덮친격이다. 저가 공세를 주도해 왔던 중국의 태양광 업체들조차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에서는 아예 관련기업들이 줄도산하는 판이다.

국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의 저가공세, 유럽의 정책변화라는 이중고에 투자를 보류하는 업체들이 속출한다. 공급과잉, 보조금 축소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고민은 더욱 깊다. 급기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6일 태양광 연구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서둘러 마련했다. 그동안 태양광이 신재생에너지 기술 가운데 가장 유망하다며 투자 확대를 주도해왔던 정부가 이제는 중복투자 방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1세대 실리콘 투자를 축소하고 차세대로 가려는 것이지만 정부의 녹색투자라는 게 불과 1,2년 앞도 못 내다보는 수준이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고, 자성하는 목소리조차 안 들린다. 원전은 안 되고 오로지 신재생에너지만 된다는 환경론자들은 또 어떻게 말을 바꿀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