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중국에서 자본을 유치했다. 가입자 수가 4200만명에 달하지만 수익 모델을 아직까지 만들지 못해 ‘적자’를 내왔던 이 회사가 ‘성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카카오는 이 돈으로 게임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카카오 가치 5203억원

카카오는 중국의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로부터 720억원, 국내 게임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트먼트로부터 200억원 등 모두 920억원을 유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발표했다. 제3자 배정방식으로 텐센트에 360만주, 위메이드엔터테인트먼트에 100만주를 주당 2만원에 각각 배정했다.

텐센트는 이번 자본 투자로 카카오 지분의 13.8%, 위메이드는 5.8% 지분을 각각 갖게 됐다. 카카오의 최대 주주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으로 31.1%의 지분을 갖게 된다. 국내 벤처기업이 19.3%의 지분을 내주면서 920억원을 유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카카오측은 회사 가치가 5203억원이라고 밝혔다.

◆게임사업 진출할 듯

카카오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으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유료 이모티콘, 기업 홍보 채널인 플러스 친구 등 수익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지만 손해가 계속 늘었다. 카카오에 투자한 위메이드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적자액은 2009년 17억800만원, 2010년 40억5100만원, 지난해 152억5900만원의 손실을 냈다. 가입자 4200만명의 수요를 감당할 서버 투자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카카오 매출액은 17억9900만원에 그쳤다. 전년(3400만원)에 비해 50배 이상 증가했지만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카카오는 투자받은 돈으로 게임 사업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텐센트와 위메이드 모두 게임업체다. 카카오는 위메이드와 이르면 이달 말 카카오톡 내에 게임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톡이 게임 외에 앞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이 많지 않다”며 “가입자 수가 많다고 해도 게임의 질에 따라 성과가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업체 텐센트의 노림수는

전문가들은 텐센트가 이번에 주요 주주로 투자한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텐센트는 지난해 매출 285억위안(5조800억원)을 기록한 최대 정보기술(IT)업체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만으로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게임업체와 여러 차례 손을 잡은 텐센트는 2010년부터 국내 다양한 IT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 회사인 캡스톤파트너스와 함께 스튜디오 혼, 레드덕 등 중소 게임 개발사는 물론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인 퓨처스트림네트웍스 등에 200억원 넘게 투자했다. 위 교수는 “텐센트는 중국 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QQ메신저를 갖고 있지만 카카오톡만큼 해외에서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에서 텐센트의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