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56회 ‘신문의 날’이다. 1896년 4월7일 창간한 독립신문의 정신을 기려 언론인들이 1957년에 제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 신문은 독립, 근대화, 자유, 민주, 선진화의 보루이자 견인차였다. 식민·독재 치하에서 재갈이 물려져 오랜 굴종의 나날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계 최빈국에서 두 세대 만에 산업화 민주화를 성취하고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매체가 바로 신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신문은 위기에 처해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확산과 젊은층의 활자이탈 현상으로 위기는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국내 인터넷 뉴스 구독률은 77.9%였다. 종이신문 구독률(67.8%)을 처음 추월한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SNS가 정보 유통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전통적인 종이 신문을 구축하는 상황이다. 질서정연한 숙고(熟考) 민주주의가 대중민주주의 혹은 감성민주주의로 변해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신문을 빼고나면 남는 것은 신변잡기와 괴담과 욕설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 동안 인터넷 강국이란 허울 아래 텍스트를 소홀히 한 결과, 걸러지지 않은 미확인 정보와 허위·왜곡 정보가 판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토양 위에서 즉흥적 즉물적인 포퓰리즘이 만개하고, 터무니없는 SNS 괴담과 김용민 막말 사태 같은 것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물론 신문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다. 텍스트로서의 신문을 읽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남유럽과 같은 망국적인 포퓰리즘이 아니라 숙고 민주주의로 이끄는 길이다. 신문은 국민들 간의 지식 격차를 줄이는 가장 저렴하고 간편한 복지수단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