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맨해튼도 비웃는 한국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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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클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처음으로 한국 투자설명회(IR)가 열렸다. FTA로 개선된 한국의 투자환경을 미국 기업들에 설명하는 자리였다. 주최 측인 지식경제부와 KOTRA, 송도신도시 개발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 등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한 참석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당,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이라고 이름을 바꿨던데 이유가 뭐죠? 올해 말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 한국 정치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눈치를 보던 발표자들은 서로 마이크를 떠넘겼다. 마지못해 마이크를 잡은 게일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의 정치는 매우 역동적이지만 우리 사업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질문자에게 다가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자 주위에 있던 대여섯 명의 기업인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게일 측의 설명은 질문에 전혀 답이 되지 않았다”며 기자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미국 공화당은 1854년, 민주당은 1828년에 각각 창립됐고 그 이후 이름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 정당들은 걸핏하면 이름이 바뀌는데 이유가 뭡니까? 한나라당의 이름이 새누리당으로 바뀌면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 친화 정책’도 바뀌는 건가요?”
“아마도 이미지를 쇄신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기자의 궁색한 답변에 질문자는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라며 냉소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오늘 설명한 내용이 대선이 끝난 내년에도 유효할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한·미 FTA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예년의 두 배나 되는 200여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관세가 얼마나 낮아질 것인지는 이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유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툭하면 당명을 바꾸고 포퓰리즘 공약을 내거는 한국 정치권이 과연 정책의 연속성을 지켜 나갈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FTA가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도움은 되겠죠”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요소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FTA로 힘겹게 잡은 기회를 3류 정치가 까먹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한나라당은 새누리당,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이라고 이름을 바꿨던데 이유가 뭐죠? 올해 말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 한국 정치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눈치를 보던 발표자들은 서로 마이크를 떠넘겼다. 마지못해 마이크를 잡은 게일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의 정치는 매우 역동적이지만 우리 사업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질문자에게 다가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자 주위에 있던 대여섯 명의 기업인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게일 측의 설명은 질문에 전혀 답이 되지 않았다”며 기자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미국 공화당은 1854년, 민주당은 1828년에 각각 창립됐고 그 이후 이름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 정당들은 걸핏하면 이름이 바뀌는데 이유가 뭡니까? 한나라당의 이름이 새누리당으로 바뀌면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 친화 정책’도 바뀌는 건가요?”
“아마도 이미지를 쇄신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기자의 궁색한 답변에 질문자는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라며 냉소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오늘 설명한 내용이 대선이 끝난 내년에도 유효할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한·미 FTA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예년의 두 배나 되는 200여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관세가 얼마나 낮아질 것인지는 이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유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툭하면 당명을 바꾸고 포퓰리즘 공약을 내거는 한국 정치권이 과연 정책의 연속성을 지켜 나갈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FTA가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도움은 되겠죠”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요소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FTA로 힘겹게 잡은 기회를 3류 정치가 까먹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