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국산차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달 수입차 판매대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수입차 업계의 가격 인하 공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국산차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 3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한 1만648대로 집계됐다고 4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월별 최고 기록이었던 1만290대를 1년 만에 넘어섰다. 올해 1~3월 누적등록대수는 2만9285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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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일부 브랜드의 신차효과와 대기물량 해소에 힘입어 월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별로는 BMW(2560대), 메르세데스 벤츠(1746대), 폭스바겐(1308대), 아우디(1246대), 도요타(876대) 순이었다. 폭스바겐은 2월 시로코 R-라인 출시에 이어 지난달 폭스바겐 티구안 R-라인과 컴포트 모델 등을 내놓으면서 판매순위 3위를 지켰다. 아우디도 판매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달 5위에서 4위에 올라섰다. 포드(416대), 미니(383대), 렉서스(382대), 크라이슬러(338대) 등이 뒤를 이었다.

배기량별로는 중소형차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판매된 수입차 중 2000㏄ 미만 중소형차가 5142대(48.3%)로 절반을 차지했다. 2000~3000㏄ 미만 3439대(32.3%), 3000~4000㏄ 미만 1696대(15.9%)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유럽 브랜드가 7953대를 판매해 74.6%를 차지했다. 일본 1913대(18.0%), 미국 782대(7.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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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링 모델은 BMW 520d(778대)가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E300(482대), BMW 320d(449대), 도요타 캠리(449대) 순이었다. 캠리는 지난달 721대로 베스트셀링 1위에 올랐다가 3위로 내려앉았다.

수입차 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내수 시장 침체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각각 5만6022대, 4만2050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9.5%, 8.8% 감소했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도 지난달 국내 판매가 각각 41.7%, 19.1% 감소했고 한국GM만 전년 동월 대비 10.3% 증가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가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면서 월간 판매량이 한국GM의 판매량에 육박했다”며 “한·미 FTA 효과로 미국 자동차 판매량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수입차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