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복지공약 검증 막는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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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기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
“3일로 예정됐던 복지태스크포스(TF) 회의 관련 보도계획이 취소됐습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몇몇 기자들과 함께 지역 산업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광주광역시를 찾았던 지난 2일 오후, 기획재정부 대변인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3일로 잡혀있던 복지TF 3차 회의가 연기됐고, 보도 계획도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 옆에 있던 박 장관에게 취소 이유를 물어봤더니 대답이 묘했다. “회의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고 발표만 연기한 겁니다.”
회의는 하는데 발표를 연기한 이유는 뭘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복지TF의 발표가 오는 11일 국회의원 총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구두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관위가 복지TF의 움직임을 알고 사전에 우려를 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각 정당의 선거 공약을 비교·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것을 공개할 경우 선거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재정부는 이날 발표를 미루긴 했지만, 공약 평가내용을 총선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호주 등 영연방 국가의 정당들은 공약에 재정보고서를 첨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공약을 지키려면 최소 얼마의 돈이 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 차원 발전한 선거문화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 장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복지TF의 회의결과를 발표할지는 미지수다. “재정부가 정당 이름을 명시하지 않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발표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에 유·불리한 상황을 빚을 수 있다”는 선관위의 ‘경고’를 쉽사리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박 장관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묘수를 찾고 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현 상황에선 재정부와 선관위의 충돌이 불가피해보인다. 선거가 끝난 뒤 공약과 관련한 재원 조달 타당성 검토 등을 발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들은 국가의 미래뿐만 아니라 노후 등 자신의 생애 프로그램을 좌우할 복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선관위가 ‘기계적인 중립’에 함몰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임원기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몇몇 기자들과 함께 지역 산업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광주광역시를 찾았던 지난 2일 오후, 기획재정부 대변인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3일로 잡혀있던 복지TF 3차 회의가 연기됐고, 보도 계획도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 옆에 있던 박 장관에게 취소 이유를 물어봤더니 대답이 묘했다. “회의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고 발표만 연기한 겁니다.”
회의는 하는데 발표를 연기한 이유는 뭘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복지TF의 발표가 오는 11일 국회의원 총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구두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관위가 복지TF의 움직임을 알고 사전에 우려를 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각 정당의 선거 공약을 비교·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것을 공개할 경우 선거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재정부는 이날 발표를 미루긴 했지만, 공약 평가내용을 총선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호주 등 영연방 국가의 정당들은 공약에 재정보고서를 첨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공약을 지키려면 최소 얼마의 돈이 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 차원 발전한 선거문화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 장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복지TF의 회의결과를 발표할지는 미지수다. “재정부가 정당 이름을 명시하지 않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발표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에 유·불리한 상황을 빚을 수 있다”는 선관위의 ‘경고’를 쉽사리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박 장관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묘수를 찾고 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현 상황에선 재정부와 선관위의 충돌이 불가피해보인다. 선거가 끝난 뒤 공약과 관련한 재원 조달 타당성 검토 등을 발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들은 국가의 미래뿐만 아니라 노후 등 자신의 생애 프로그램을 좌우할 복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선관위가 ‘기계적인 중립’에 함몰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임원기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