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가 지난 3월30일 새벽 2시 인터넷으로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문건 2619건을 입수했다고 발표한 뒤 한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 파괴, 미국 워터게이트에 버금가는 권력비리 등으로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민주통합당은 때는 이때라는 식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할 시점”이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자기방어에 급급했고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설명하라며 준엄한 심판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소위 2619건의 사찰 사례 중 대다수인 80%가 노무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이 나왔다. 정부에 대해 “구라(거짓말)도 격조있게 까라”며 반발 성명을 냈던 KBS 새노조는 수시간이 지나서야 “사실 확인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해프닝으로 넘길 수만은 없다. 우리 사회와 언론계의 반(反)지성, 혹은 정치오염이 이미 도를 넘었다. KBS 새노조는 사안의 중대함에 비춰 신중한 확인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정략주의, 진영논리, 그리고 한건주의에 눈이 멀었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통령은 하야하라며 기자회견을 하면서 들고 있던 사찰문서에도 2007년 9월1일이란 날짜가 찍혀 있었다. 모두 눈이 멀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기 증거만을 신봉하는 애꾸눈들의 광기에 사로잡힌 꼴이다.

‘KBS 새노조’는 2009년 김인규 사장 반대 총파업 투표가 부결된 뒤 ‘정권의 방송장악 저지’를 내세우며 출범한 제2의 노조다. 기자와 PD 1100여명이 노조원이다. 현 정부에 반대해 만들어져 태생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짙을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사장퇴진 등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벌이고 있는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단순실수가 아닌 중대한 조작사건을 구성할 수도 있다.

언론이 정파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언론인이상 무엇보다 사실이 생명이다. 정치적 견해와 사실 관계를 혼동하면 더이상 언론도 아니요 더구나 공영방송일 수 없다. 소위 ‘KBS 새노조’만도 아니다. 진실에 직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 언론은 정파에 눈이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