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 첨단기술의 하나로 알려진 양성자 치료시설이 2007년 국립암센터에 설치된 데 이어 국내 일부 병원에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임상단계인 양성자 치료는 기존 방사선 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갖지만,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을 비추고 주변 조직엔 영향을 주지 않는 물리적인 특징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양성자로 대표되는 입자 방사선 치료기술은 물리학과 전기기계공학, 컴퓨터공학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낸 현대 방사선 치료 역사의 중요한 산물이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양성자 치료기기 설치비용이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싼 치료비와 연관된다.

‘낙하산’은 이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방사선 치료기기의 사용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 곧 잘 인용된 비유적인 표현이다. 2003년 영국 암학회지에 ‘고공에서 낙하할때 낙하산이 신체 손상을 막는 데 기여하는가에 대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체계적 분석’이라는 두 페이지의 짧은 논문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글은 낙하산의 유용성에 대한 임상시험이 하나도 없었기에 체계적 분석은 불가능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양성자 치료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필요한가. 일정한 비용으로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은 사회의료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 ‘양성자 효과가 다른 치료에 비해 우수하다는 근거가 있느냐’ 하는 것을 임상을 통해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양성자기는 34개 정도다. 각 나라의 의료체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환자가 새롭고 질 좋은 치료를 받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많은 치료 비용도 대부분 환자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선 제대로 된 임상시험이 힘들다.

종양을 가진 어린이의 신체에서 양성자선과 일반 방사선의 분포가 어떻게 다른지를 본 사람이라면 소아를 대상으로 한 3상의 양성자 치료 임상시험은 ‘낙하산 임상시험’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 양성자 치료기 보급이 확산되는 건 반길 일이다. 양성자 치료가 정말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암환자들이 지역이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양성자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첫 번째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가능해지길 기대해 본다.

김주영 <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