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건강식품업체 지에스피(대표 김만도·54). 이 회사는 지난해 멸치 뼈에서 추출한 칼슘제를 팔아 창업 1년여 만에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도 진출해 2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김만도 대표는 “꿈을 꾸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한 여파로 신용불량자로 전락, 자신 명의의 휴대폰도 개통할 수 없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재창업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재기의 발판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올해 ‘매출 5억원, 수출 10만달러’를 목표로 정했다.

제2, 제3의 김 대표를 꿈꾸는 창업 실패 기업인 20명이 재도약을 위한 자신감을 한껏 충전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 3월 한 달간 통영시에 자리한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죽도연구원에서 진행된 재기캠프를 통해서다. 올해로 2회째인 재기캠프는 △심리학자·의사의 강의를 통한 심리치료 △전문가의 1 대 1 코칭 및 멘토링 △선배 기업인의 성공·실패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실패 기업인들의 재기를 돕는 것이 목표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한 교육생은 “아직 배울 게 남았고 반성도 다 못했는데 캠프가 끝나 아쉽지만 자신감만큼은 가득 충전했다”며 “실패의 쓴맛을 수업료 삼아 재창업에서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2기 캠프에는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유관기관 관계자 30명과 교육생들이 재기환경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 놓는 자리가 마련됐다. 교육생들은 2시간 넘게 진행된 소통의 장에서 우리 사회 재기환경의 현주소를 경험담에 근거해 지적했다.

교육생 김정엽 씨(51)는 “파산이나 개인회생 절차를 통해 신용이 회복돼도 금융채무불이행자 기록이 남아 금융기관, 보증기관으로부터 자금이나 보증을 받기가 어렵다”며 “사업실패자 및 재기중소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번 실패를 영원한 실패가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교육생은 “국세나 지방세 체납금은 감면제도가 없다”며 “재기에 성공할 경우 추가 세금 납부가 가능한 만큼 도덕성 평가 등을 통해 성실 납부자에 한해 체납세액을 감면해주는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소기업청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업가정신 및 창업 붐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대안을 강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교육과정을 한층 보강하고 중기청이 소요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 민관협력 교육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