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건너뛰고 일본으로 직행하는 중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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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홍하이그룹이 일본 LCD(액정표시장치) 업체인 샤프의 최대주주가 됐다. 샤프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지분 10%가량을 홍하이에 넘기기로 했다고 한다. 홍하이의 주력 계열사인 폭스콘은 중국 선전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최대 수출기업이다. 일본 전자기술을 상징하는 100년 역사의 샤프가 중국의 울타리 안으로 편입됐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최근 들어 중국기업의 일본회사 인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7월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일본 산요전기의 세탁기와 냉장고 부문을 사들였고, 레노보는 일본 NEC의 PC부문을 합병했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쑤닝전기는 일본 가전양판점인 라옥스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밖에 자동차 섬유 유통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기업의 일본회사 매입이 활발하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1~2년사이에 본격화됐다. 작년 115개의 일본기업이 해외에 매각됐는데 이 중 중국회사가 가장 많은 37개사를 인수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롄(經團聯·경제단체연합)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중국의 공격적인 일본기업 인수로 일본사회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실토할 정도다. 중국 기업들이 일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제조기술과 경영노하우를 일거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실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워서는 결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은 바로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곧바로 일본으로 달려가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는 품질과 가격 양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가진 신종 경쟁자의 출현을 의미한다. 당장 홍하이그룹의 LCD생산업체인 CMI가 일본 샤프와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가 관심이다. 두 회사는 세계 LCD시장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하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뒤를 쫓아왔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이겼고, 현대자동차가 도요타와 대등한 수준에 오른 것은 물론 장한 일이다. 그러나 자아도취는 금물이다. 일본의 높은 기술력과 중국의 싼 생산비가 결합된 변종이 나타났다. 중국의 움직임에 등골이 서늘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