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이천서 1박2일 왜?
“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창했다. “회사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화답했다. “회사는”-“우리다”, “우리는”-“하나다” 건배사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가 출범한 지난 26일 저녁 최 회장과 직원들의 목소리가 합쳐졌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출범식을 가진 뒤 오후 6시30분부터 직원들과 맥주잔을 기울였다. 230여명이 한 곳에 자리잡을 수 없어 경기 이천 본사 인근 호프집 4곳을 한꺼번에 빌렸다.

“회장님, 저희 사진 같이 찍어요.” 최 회장이 가는 테이블마다 환호성이 터졌고 ‘인증샷’ 요청이 쇄도했다. 직원들은 최 회장과 맥주잔을 부딪히고 안주를 권했다. 최 회장은 맥주잔을 들고 4곳의 호프집을 오가며 수십개의 테이블을 돌았다.

테이블에 앉은 최 회장은 직원들이 어떤 부서에서 무슨 업무를 하는지 일일이 물었다. 어김없이 질문과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최 회장은 “업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것들은 먼저 끌어안고 고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집, 장가 못 간 미혼 직원들이 많은데 미팅 좀 주선해달라”는 요청엔 “SK텔레콤이든 SK이노베이션이든 원하는 상대를 말해달라”며 웃었다.

“프로야구 넥센 팬이었는데 이제 SK로 바꾸겠다”는 변심 선언이나 “구성원들이 땀을 흘리며 서로 부대끼는 체육대회도 하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돌발 제안에 최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은비 기술사무직 선임은 “최 회장은 회사 구성원들은 직원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것, 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가족의 만족과 행복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복지도 좋지만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소속감과 일체감인 만큼 소통의 자리가 앞으로 더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래 3시간 정도를 예상했던 ‘대화의 시간’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직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호프데이 행사를 제안한 것도 최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로 돌아오지 않고 이천에서 1박을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