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홍보자료도 맘대로 못내는 中企
스마트폰이 휴대폰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덕분에 스마트폰용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완제품(스마트폰)이 잘 팔릴수록 부품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서다.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신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가 연초 대비 50% 이상 급등한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 홍보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 기업설명회(IR) 담당자들이 신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재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죽을 맛이다. 고객사인 대기업들로부터 “가급적 홍보를 자제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진 탓이다. 심지어 “보도자료 원고를 내기 전에 먼저 보자”며 사실상 검열을 통해 중소기업의 홍보를 가로막는 대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기업 IR 담당자는 “회사가 잘되고 있는 건 지극히 좋은 일이지만, 대표까지 나서 언론사와 증권사를 만나지 말라고 하는 마당에 어떻게 홍보를 할 수 있겠냐”며 “몇 달째 사실상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근신하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중소기업 IR 담당자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애널리스트는 “IR 담당자와 통화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통화가 되더라도 궁금한 회사 내용에 대해 전혀 말을 안 해준다”며 “담당하고 있는 기업이라 리포트를 갱신해야 하는 마감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홍보에 민감해 하는 데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협력업체를 통해 자사 전략이 노출될 경우 글로벌 전장에서 경쟁사에 허를 찔릴 수 있다는 우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주요 계약 등을 체결하며 ‘비밀유지계약’(NDA)을 동시에 맺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단순 공급 계약 건 등과 관련해서도 대기업 사명이 노출될 경우 중소기업에 전화해 ‘입단속’하는 관행은 문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중소기업 IR담당 임원은 “주주들로부터 요즘 부쩍 ‘도대체 기업공개(IPO)를 왜 한거냐’는 비난을 많이 받는다”며 “상장 기업이 대외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현금결제, 공동개발 등과 마찬가지로 대·중소기업 상생의 일환이지 않냐”고 씁쓸해했다.

김병근 중기과학부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