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 관광부국의 길 '창조 관광'에 있다
2007년에 시작한 ‘제주올레’는 걷기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며 연간 100만명을 제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낡은 유원지에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남이섬’, 버려진 대나무밭을 테마공원으로 가꿔 성공한 담양 ‘죽록원’ 등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을 살찌우고 일자리를 만들어낸 사례다.

슬로시티로 알려진 전남 신안군 증도에는 주민들이 ‘길벗’이란 여행사를 만들어 갯벌 생태와 염전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마을 이야기를 풀어내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강원 평창군 용산리 주민들은 ‘용산주민주식회사’를 설립, 마을 인근에 개발된 알펜시아리조트로부터 용역을 받아 스키장 리프트 운영·제설·안전·스키교육 등을 맡아 한다. 이를 통해 40명이 3개월간 1억50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 전남대 학생들이 창업한 ‘섬여행학교’는 2200여개의 전남지역 섬 자원에 착안, 특별한 섬 여행상품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조금만 눈을 돌려 아이디어를 찾으면 관광 자원과 사업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980만명. 그동안 업그레이드된 한류 관광, 컨벤션, 쇼핑 관광으로 관광객을 유치한 덕분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는 세계 20위권, 아시아 7위권의 관광 부국으로 진입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관광상품과 콘텐츠, 볼거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인프라와 서비스는 여전히 낙후돼 있으며, 서울·제주·부산을 제외하면 지방도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21세기는 ‘창조경제의 시대’라고 한다. 입지, 자연자원, 시장 접근성과 같은 전통적인 생산요소에서 벗어나 ‘창조성(creativity)’이 국가와 지역발전의 원동력인 시대이다. 창조성이 생산요소로 투입돼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조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간다. 관광산업은 문화산업과 더불어 대표적인 창조산업이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관광객과 기업을 끌어들여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고 듣고 먹는 여행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예술, 환경, 의료 등 색다른 아이디어가 결합된 생태관광, 문화예술관광, 공정여행 등 신개념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단순히 하드웨어를 양적으로 늘려가는 것으로는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 이제 한국 관광도 창의적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로 융복합형 관광상품을 개발해 관광수요 다변화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진하는 창조관광사업은 주목할 만하다. 기존 관광산업과 연계해 창조성, 혁신성, 개방성, 기술성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관광형 벤처기업을 육성함으로써 관광분야 일자리창출, 관광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나 창업 및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 또는 기업을 발굴해 이들에게 관광창업·경영 컨설팅,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우선 공모전을 통해 IT, 의료, 농업, 환경, 문화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우수한 관광사업 발굴에 나섰다. 관광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산지원뿐만 아니라 창업과 경영컨설팅, 교육, 전문가 네트워킹 등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앞으로 창업펀드와 관광창업스쿨을 설립해 창업을 지원하고 인재를 육성하며, 지속적인 관광창조기업의 발굴과 성장을 위해 네트워킹, 마케팅 등 경영지원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창조관광사업은 콘텐츠 개발을 통해 관광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새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창조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며, 또 옛것을 새롭게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 아이디어 발굴은 물론 기존 관광자원과 시설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를 덧붙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도전이 이어져야 한다.

강신겸 < 전남대 교수·관광학 tourlab@j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