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왕 애플 "세금 무서워 해외서 번 돈 못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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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세금정책 정면 비판…기업 현금 57%가 해외에
피터 오펜하이머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일(현지시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미국 세법상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국내로 들여오면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해외에 있는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올 때 35%의 세율이 적용되는 현행 세법은 기업들에 매우 불리하다”며 “이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의회와 정부에 전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전체 보유 현금의 3분의 2가량을 해외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미국 내에서 애플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중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 미국에서 만든 일자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플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판매를 통해 미국 내에서 창출하는 일자리 수가 51만4000개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가져오지 않는 기업은 애플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현금을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작년 말 기준으로 금융업종을 제외한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1조2400억달러 가운데 57%인 7000억달러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무디스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보유 현금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신흥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해 수익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세금 정책도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정부가 세율을 낮추지 않는 한 기업들의 해외 현금 보유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율 인하는 미국 대기업들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들여오는 데 부과하는 세율을 낮춘다고 해서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난달 제조업 법인세 인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편안에 기업들의 해외 현금 송환세를 인하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