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3월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으로 ‘100세 당신, 조기 검진에 달렸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에 대해 조기 발견법과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고 체계적인 암 검사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건강한 인생] 100세 당신, 조기검진에 달렸다
“100세 장수가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물론 50대 이후에도 건강한 것이지요.”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내로라하는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행복한 노후의 관건은 중년 이후 얼마나 건강을 챙기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너무 늙기 전에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생각보다 조기 건강검진을 제때 받지 않아 질환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평균수명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 단순 계산으로 100세까지 평균수명이 늘어날 경우 암 발병률은 50% 가까이에 달한다. 특히 암 발병환자 10명 중 7명은 암을 뒤늦게 발견해 병을 키운 사례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암 투병은 본인이나 가족의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행복한 노후가 아니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년 암 투병으로 힘겨운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경고다.

○초기 암 90% 완치…40대부터 조기 검진을

직장인 김모씨(38)는 지난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몇 년 동안 요양시설에 계셨던 아버지가 심부전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나이 68세, 아직 정정할 때다. 병 간호를 하면서 아버지가 40대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별것 아니라며 치료를 미뤘던 아버지는 50대에 들어 심근경색으로 입원을 반복했고 60세에 당뇨병성 발 절단, 65세에 요양시설에 입소했다. 그동안 들어간 치료비만 1억4000만원, 번갈아 병 간호를 하던 가족들도 많이 힘들어 했다.

담당의사는 “‘40대에 조기 검진’을 받고 조금만 일찍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수명이 10년은 늘어났을 것”이라며 “조기 검진으로 40대부터 당뇨 관리를 했다면 비용도 1500만원이면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당장 가족들의 조기 검진 계획부터 세웠다. 지금은 가족들이 매년 받아야 할 조기 검진 리스트를 작성해 꼼꼼히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처럼 상당수 환자는 조기 검진을 소홀히 해 병을 키운다. 위암의 경우 암이 근육층이나 장막층까지 퍼지기 전에 조기 발견하면 90% 정도 완치가 가능하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12%로 뚝 떨어진다. 심영목 삼성암센터장은 “암의 조기 발견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40대에 접어들었거나,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거나, 간염 등이 있는 고위험군 사람들은 체계적인 암 검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

암을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암 완치율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암의 진행 정도다. 초기 암의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2기에는 60~70%, 3기에는 30~50%로 떨어지고, 4기가 되면 완치율은 20%를 넘지 못한다. 조기 검진만 잘해도 10년 뒤 암 사망률이 약 30% 감소하고, 6대 암 중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모두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이 잘 돼 있어 조기 발견으로 완치할 수 있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내시경검사 또는 위장조영촬영술을 받으면 된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6개월마다 간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은 50세 이상에서 5년마다 대장내시경검사 또는 대장조영촬영술을 받도록 한다. 40세 이상 여성이라면 2년마다 유방촬영술과 유방진찰을 받고 유방암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 검진 어떻게

전문가들은 가족 중 흔히 발견됐던 질병이나 과거 앓았던 질병, 흡연이나 음주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있다면 이와 관계있는 질병, 그리고 평소 증상이 있었으나 특별한 검사 없이 참고 지냈던 경우 등에 대한 검사를 중심으로 건강검진을 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권고한다. 예를 들어 일가 친척 및 가족 중에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심장질환이 있었던 경우라면 심장에 대한 정밀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에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심장질환 위험이 큰 만큼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에 대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이후 결과에 따라서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 대한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또 흡연자라면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크게 높아지므로 폐암에 대한 정밀검사뿐만 아니라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및 기타 암에 대해서도 검진을 받는 게 좋다. 물론 비흡연자라고 해서 이 부분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간접흡연을 통해 흡연자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점검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치료와 경제적인 측면 등 여러모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호경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은 “개인별 습관이나 성격, 식생활, 가족력 등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는 가족 단위로 건강검진을 받고 지속적인 관리를 한다면 개별적인 건강관리보다 훨씬 효율적인 비용으로 체계적인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