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중 경방 명예회장 별세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이 17일 낮 12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유족은 부인 차현영 씨와 아들 준(경방 대표이사 사장) 담(경방 타임스퀘어 대표이사 부사장), 딸 지영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이며, 발인은 22일 오전 7시다. 영결식은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아산병원 영결식장에서 거행된다. 조문은 19일 오전부터 가능하다.

경방그룹은 국내 최초 면방직 기업으로, 고인은 부친인 고(故) 김용완 회장의 뒤를 이어 1975년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한국 섬유의 세계 수출화를 이끌며 한국이 섬유대국이 되는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2007년 33년간의 경방 대표이사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후 명예회장직에 추대됐다.

김 회장은 1남 4녀 가운데 첫째 아들로, 1944년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 이과를 졸업하고 미국 베리어대학을 거쳐 1964년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이론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년부터 1971년까지 고려대 화학과 교수직을 맡다 경방에 입사해 50세인 1975년, 선친의 뒤를 이어 경방 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은 1919년 경성방직주식회사로 시작한 사명을 1970년 주식회사 경방으로 바꾸고, 국내 대표적 섬유 수출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1980년대까지 용인, 반월, 광주에 공장을 준공해 1987년 수출 1억 달러 돌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섬유산업의 전성기를 지나고 1990년대 들어 방직업이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힘을 싣는 것과 동시에 유통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경방필백화점과 우리홈쇼핑을 운영하며 유통산업 비중을 높이고 2009년엔 옛 경성방직 자리에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특히 김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제 26, 27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으로 선임돼 재계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직전 전경련 회장이 김 회장의 부친인 고 김용완 경방 명예회장으로, 부자가 나란히 전경련 회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1996년 작고한 김용완 회장은 1964년부터 1966년까지, 1969년부터 1977년까지 10년간 전경련 회장을 역임했다. 김각중 회장은 1999년 11월 회장직무대행에 선임된 이후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제26, 27대 회장을 맡았다.

김 회장은 1982년부터 6년 동안 서울상공회의소 상임위원직을, 1984년부터 1997년까지는 제일은행 회장 자리를 맡아 이끌기도 했다. 이탈리아, 핀란드, 뉴질랜드로부터는 국가간 화합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고 이런 활동들을 통해 1999년에는 ‘20세기 한국을 빛낸 30대 기업인’에 선정됐다.

이와 함께 장학재단인 경방육영회를 운영하며 인재육성에 매진해왔다. 경방육영회는 주식회사 경방에서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기업재단이다. 사회의 유능한 인재배양을 위한 장학금 지급을 주 목적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0년까지 총 6500명의 학생들에게 43억에 이르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