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2세가 뛴다] (138) 대양의료기 "의료기 국산화 넘어 '의료 한류' 첨병될 것"
강원도 원주시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 내 대양의료기 본사에서 만난 윤일용 회장(67)과 아들 윤정섭 기획담당 이사(38)의 첫인상은 ‘바위’와 ‘물’이었다.

거친 세파와 어려움을 뚫고 견실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를 일궈낸 윤 회장이 ‘흔들림 없는 큰 바위’라면, 윤 이사는 그 바위에서 흘러나와 거침없이 오대양 육대주로 흘러나가는 ‘물’ 이었다.

윤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70년. 서울 남대문에서 수출입 대행사인 ‘대양상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한 그는 군 제대 후 기업들의 수출입 업무를 대행해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주로 일본으로 가발이나 고가구, 도자기 등을 수출하는 업무를 대행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수출입 절차를 잘 아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며 “통관사(지금의 관세사)에 근무하던 친구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재미도 있었고 돈도 꽤 벌었다”고 회고했다.

매년 사업 영역을 넓히던 윤 회장이 의료기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8년. “제가 의료기기 수입을 시작하던 때만 해도 국산 의료기기가 없었어요. 마진이 대단했죠. 수입을 하다보니 직접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틈틈이 익히고 배운 기술로 1985년부터 재활치료용 저주파 치료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는 부품을 직접 공장에서 만들었어요. 열악했죠. 그래도 해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텼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대양의료기는 의료기기 제조를 시작한 지 27년 만에 50여종의 재활용 물리치료기와 피부미용기기를 생산하는, 이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역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윤 회장은 일찍부터 해외시장에 주목했다. 해외시장을 뚫어야 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던 윤 이사에게 해외 10여개국을 돌며 공부하도록 권유했다. ‘답은 해외시장에 있다’는 판단 아래 대양의료기의 미래 사업을 준비시킨 것.

“군대를 다녀오고 1998년부터 유럽과 동남아, 미국 등지에서 길게는 1년, 짧게는 3개월씩 체류하면서 현지 언어와 문화를 배웠죠.”

윤 이사는 “그땐 잘 몰랐지만 회장님의 선견지명을 따르길 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부친의 기대에 부응할 시기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외환위기 때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의료기기 가격이 올라가자 정부가 국산 의료기기 구매를 늘렸고, 시장이 형성되자 국내 제조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대양의료기는 세 가지 장벽을 쌓았다. 우선 품질이다. 대양의료기는 다른 기업들이 가격으로 승부할 때 품질을 내세웠다. “우리 제품은 다른 기업 제품보다 30~40% 정도 비쌉니다. 가격 경쟁을 위해 싼 부품을 쓰거나 기능을 빼지 않아요. 좋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찾게 돼 있습니다.” 윤 회장의 품질론은 확고하다. 회사 내에 연구소를 두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금은 국제특허 2개를 비롯, 5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제품 라인을 다각화한 것. 물리치료기를 생산하던 대양의료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주파를 이용해 비만을 치료하는 피부비만 치료기기 시장에 도전했다. 또 부천 공장을 현재의 동화첨단의료기기단지로 옮기면서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마지막 대비책은 해외시장 공략이다. 2005년, 2006년이 되자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국내 업체 간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2001년 대학 졸업 후 자재 구입과 품질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윤 이사는 2004년부터 해외시장 개척 업무를 시작했다.

2005년엔 의료기기유럽품질시스템 인증인 ‘ISO13485’를 획득, 영국에 첫 수출했다. 그는 또 매년 10여 차례 세계 전시회에 참가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수출국은 50여개국. 전체 매출 50억원(지난해 기준)의 60~7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의료기기 50여종 생산…물리치료기 '선두'

[代를 잇는 家嶪…2세가 뛴다] (138) 대양의료기 "의료기 국산화 넘어 '의료 한류' 첨병될 것"
대양의료기는 1978년 9월 대양메디칼상사로 출발한 물리치료기 선두 기업이다. 주요 생산품은 고주파 자극기(또는 미용기기), 저주파 치료기, 초음파 치료기 등이다.

고주파 자극기는 고주파 에너지를 인체에 가해 통증을 완화하거나 비만 치료 등에 사용하는 기구다. 주력 모델은 마벨6(MABEL6). 병원과 물리치료실에 대당 16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미세전류를 이용한 통증 완화기인 저주파 자극기는 오토모트(AutoMote)와 인터프로(InterPro) 등의 모델이 생산되고 있으며 대당 300만원대의 가격으로 물리 치료실 등에 판매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저출력 레이저 및 고주파 자극기, 의료용 저온기 등은 대당 3000만원대에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초음파 자극기는 20㎑ 이상의 초음파 에너지를 인체에 가해 통증 완화 등에 사용되고 있다.

2005년 의료분야 국제표준인 ISO9001, ISO13485를 취득했으며 2006년 8월엔 의료기기 분야 KGMP(한국표준품질관리기준) 인증도 취득했다.

대양의료기는 지난해 직원 24명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50여개국에 대리점망을 확보했으며, 2011년 3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원주=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