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가장 큰 애로는 음식문제"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받아 국내에서 단순직으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17만2906명. 이들을 채용한 사업체 수만 전국 3만9379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들과 상시적으로 접촉하는 14명의 외국인 통역사들을 만나 이들의 고민거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E-9 비자 발급 대상국인 네팔 동티모르 몽골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15개국(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인이 함께 담당)에서 온 외국인들로, 자국 근로자들의 입국 후 취업연수(2박3일) 안내와 취업 후 애로사항 카운슬링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모두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있는 한국어 능통자들이다.

이들이 전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애로사항 1호는 의외로 ‘음식 문제’였다. 이어 쉽게 따라하기 힘든 ‘빨리빨리 문화’와 사업주의 반말 등 비인격적 처우, 사업주의 계약 위반 사례 등이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통역사 바흐리지노바 라노 씨(32)는 음식 문제와 관련, “음식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소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외국인들의 애로를 기업주들이 잘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치와 밥 문화에 익숙지 않은 근로자들에게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 경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 등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근로자들에게 음식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가디라리에바 굴자라 씨(35·키르기스스탄)는 “기업주들이 근로자 출신국의 종교나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심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다 쓰는 기업주라면 해당국의 종교나 문화 등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바르 아미르 씨(37·파키스탄)는 “식대를 현금으로 주면 근로자들이 알아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주들이 작은 것부터 풀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