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의 47%인 6506개 약품 가격을 4월부터 평균 14% 내리기로 한 정부 방침을 둘러싸고 찬반 공방이 치열하다. 보건복지부는 복제약 중심의 손쉬운 영업을 해온 국내 제약업계의 체질개선을 유도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도 약값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약업계는 사업 자체를 사실상 고사시키는 폭거와도 같은 조치라며 법원에 약값 인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까지 내며 반발하고 있다.

약값을 떨어뜨려야 하는 정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3~4%도 아니고 중요 제약사들의 영업이익 상당액을 일거에 삭감하는 그런 방식의 약값 인하여야 하는지는 의문인 것도 사실이다. 우선 관련업계의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1조7000억원의 약품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연간 총 영업이익(1조6000억원)보다 큰 매출액이 일거에 사라지는 것이다. 동아제약 대웅제약 종근당 등 상위사들의 매출액 손실은 1000억원에 육박해 매출액 감소율이 15~2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조치가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업계에서는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광고홍보비 연구개발투자비를 전액 삭감해도 구멍을 메우기 힘든 형편이라고 볼멘소리다.

물론 제약업계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크다. 손쉬운 복제약 판매에 매달려 왔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일시에 약값을 후려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 체질개선을 유도한다지만 당장 매출액의 20%가 사라질 정도라면 앞으로라도 연구개발 투자를 감행할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건강보험 재정도 2010년에는 1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6000억원이 넘는 흑자로 전환돼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약값 인하는 필요하다. 그러나 점진적인 방법이라야 한다. 지금처럼 단칼에 무자르듯 약값을 강제 인하할 경우 업계 전체가 곤란을 겪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과다한 쇼핑식 약품 소비를 더욱 부채질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