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지노 왕’ 북항 10조 베팅?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 지난달 극비리 부산 방문…시·BPA 투자유치 총력

‘카지노의 제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셀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회장(79)이 최근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부산을 방문해 북항재개발 사업에 무려 10조원 규모의 투자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BPA)는 북항재개발 사업의 성패를 가를 기회로 보고 투자 유치에 총력전을 전개할 방침이다.

9일 부산시와 BPA에 따르면 아델슨 회장은 지난달 29일 전용기편으로 부산에 도착, 파라다이스호텔과 롯데호텔 카지노를 둘러본 뒤 북항재개발 사업지역을 방문했다. 세계 카지노업계의 최고 거물을 맞은 허남식 부산시장은 당일 낮 부산시청에서 그를 만난 뒤 서면 롯데호텔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함께 하는 등 극진히 대접하며 샌즈그룹의 부산지역 투자를 요청했다.

그는 이번 부산 방문에서 북항재개발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기태 BPA 사장은 “아델슨 회장이 북항재개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아일랜드식 해양문화지구에 관심이 많았다”며 “10조원 규모를 투자하는 개발 조감도까지 갖고 왔었다”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그러나 “아델슨 회장이 중국인 관광객 수요전망에는 긍정적이었지만 국내 수요는 걱정하는 눈치였다”며 “샌즈그룹이 투자만 한다면 북항재개발 사업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앞으로 시와 협조해 샌즈그룹의 투자를 유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델슨 회장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투자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의 입지가 부산 북항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쌍용건설이 시공해 2010년 6월 완공한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는 싱가포르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지상 200m 높이 옥상에 설치된 거대한 배 모양 ‘스카이 파크’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됐다.

아델슨 회장은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1년 미 10대 부호’에서 8위(215억 달러)에 오른 거물 투자자로 이번 부산 방문에서도 하루 숙박비만 900만 원가량인 파라다이스호텔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전해졌다.

‘센트럴베이(Central Bay)’라고 이름 붙여진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북항 앞바다 113만㎡를 매립한 뒤 육지 40만㎡와 연계해 전체 153만㎡를 재개발하는 내용이다. 사업비 8조5190억원 가운데 기반시설비 2조390억원은 정부와 부산항만공사(BPA)가 부담하고 나머지 지상시설은 민자를 유치해 건설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