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쿼드코어폰 시대…윈도폰의 반격 시작되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사실상 ‘모바일 올림픽’이다. 전 세계 모바일 디바이스 메이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등이 대거 참가해 신제품·신기술을 선보인다. 이 행사만 유심히 둘러봐도 모바일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열린 ‘MWC 2012’를 통해 본 올해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쿼드코어폰 시대 열린다

이번 MWC에서는 엔비디아 ‘테그라3’ 프로세서를 탑재한 쿼드코어폰이 대거 선보였다. 전시회가 개막되기도 전에 LG전자가 ‘옵티머스 2X HD’, HTC가 ‘HTC 원’이라는 쿼드코어폰을 발표했다. 이들뿐이 아니었다. 전시회에 참가한 디바이스 메이커로는 삼성전자와 노키아를 제외하곤 대부분 쿼드코어폰을 한두 개씩 내놓았다.

쿼드코어폰이란 코어칩이 4개인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된 폰을 말한다. 코어칩이 2개인 듀얼코어폰에 비해 속도가 50%쯤 빨라 그래픽이 많이 들어간 게임이나 역동적인 동작을 처리할 때도 움직임이 끊기지 않는다. 관건은 배터리 수명이다. CPU를 여러 개 돌리면 배터리가 많이 소모된다. 이 문제를 누가 잘 해결하느냐에 승부가 달렸다.

이번에 출품된 쿼드코어폰은 한결같이 ‘테그라3’를 탑재했다. 쿼드코어폰을 출시하지 않은 삼성도 이미 제품 개발을 거의 끝냈다. 그러나 삼성은 엔비디아의 테그라3 대신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 ‘엑시노스’를 탑재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스마트폰도 PC와 마찬가지로 ‘쿼드코어 시대’로 넘어갈 것 같다.

막 오른 쿼드코어폰 시대…윈도폰의 반격 시작되나

◆윈도폰 진영, 승부수 던졌다

MWC 2012는 한 마디로 ‘안드로이드 잔치’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만드는 메이커들은 일제히 부스 입구에 자사 깃발을 들고 있는 안드로이드 마스코트를 세워놓았다. 한때 ‘윈도폰 삼총사’였던 삼성·LG·HTC도 안드로이드 마스코트를 세웠다. 전시장 곳곳에는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을 탑재한 신제품이 진열됐다.

윈도폰 진영은 초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삼성 ‘옴니아W’ 등 윈도폰 8종이 전시돼 있어 구경할 수 있는 정도였다. 윈도폰 진영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노키아 부스에 가야 느낄 수 있었다. 노키아는 신제품 ‘루미아 610’과 ‘루미아 900’을 포함해 윈도폰 제품을 모두 진열했다. 외진 곳에 있는 부스인데도 제법 북적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행사 기간에 ‘윈도8 컨슈머 프리뷰’를 공개했다. 윈도8은 PC-태블릿 겸용 OS로 윈도폰에 적용된 벽돌 모양 ‘메트로’ 유저인터페이스(UI)와 터치스크린을 채택했다. PC-태블릿 겸용이라면 호환성이 좋을 테고, 언젠가는 스마트폰 OS까지 통합할 가능성도 있다. 윈도폰 진영으로서는 윈도8이 승부수인 셈이다.

막 오른 쿼드코어폰 시대…윈도폰의 반격 시작되나

◆‘중국 듀오’의 질주 계속된다

중국 ZTE와 화웨이의 질주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국 듀오’는 이번 MWC에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이들은 삼성 부스 양쪽에 자리를 잡아 협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또 쿼드코어를 탑재한 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탑재한 최신 폰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세계 5위 폰 메이커로 부상한 ZTE는 쿼드코어폰 2종(에라, PF112)과 쿼드코어 태블릿 1종(T98)을 내놓았다. 세 제품은 모두 테그라3 프로세서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OS를 탑재했다. 중국산이 ‘저가 싸구려’가 아니라 첨단이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ZTE는 2015년까지 세계 3위 폰 메이커가 된다는 목표도 밝혔다.

화웨이는 쿼드코어폰 2종(어센드 D쿼드, D쿼드 XL)과 두께가 6.68㎜로 세계에서 가장 얇다는 ‘어센드 P1S’ 등을 전시했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는 지난해의 3배인 6000만대라고 했다. 화웨이는 분수대 주위에 자사 로고가 들어간 깃발 수십개를 세우고 날개 달린 말이 솟구치려 하는 조각물을 배치하는 등 마케팅에도 열을 올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