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훈풍…태웅·성광벤드·S&TC '기지개'
플랜트 기자재 산업은 지난해 유난히 많은 악재에 부딪혔다. 재스민 혁명으로 중동지역 신규 발주가 줄어든 가운데 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수주 전망에 먹구름이 끼기도 했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금액은 전년(715억달러)보다 줄어든 591억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악재를 털 때가 됐다는 진단이다. 건설과 조선 등 전방산업의 호조가 예상되는 데다 최근 유가 상승 역시 긍정적이다. 특히 태광 성광벤드 하이록코리아 등 ‘피팅업체 3인방’은 플랜트 부품주의 재평가를 이끌고 있다.

◆중동 발주 올해 기지개 켠다

플랜트란 ‘공장(plant)’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발전과 담수 등 산업기반시설과 산업기계 등 생산시설을 아우른다. 건설사는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등을, 조선사는 해양 시추설비와 생산설비 등 해양플랜트를 주로 수주한다. 이들 전방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면 여기에 기자재와 부품을 납품하는 관련주들도 힘을 받게 된다. 플랜트 공사의 원가 구조 가운데 기자재가 69~85%를 차지할 만큼 산업 비중도 크다.

전문가들은 올해 플랜트 산업의 수주 모멘텀(성장동력)이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양대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건설 수주금액은 전년 대비 18%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 가운데 플랜트 부문이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민주화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리비아 재건사업 발주가 시작될 전망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도 석유가스 분야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이란 설명이다.

◆플랜트 기자재 국산화도 기회

유가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도 관련주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셰일가스(암석에 매장된 메탄가스) 개발에 나서면서 복합화력 발전소 분야에서 수주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해 유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드릴십 등 시추설비 발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동익 한화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조선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늘어나면서 기자재업체 입장에서는 해외 업체 대상으로 영업할 때보다 기회가 많아졌다”며 “플랜트업체들이 경쟁 심화로 마진이 줄어들자 국내 기자재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현재 20%에서 2020년 35%까지 높이기로 한 것도 기자재 관련주에는 호재다.

◆피팅 3인방이 주가 상승 이끈다

전문가들은 피팅(관이음쇠, 배관자재) 부문이 플랜트 기자재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봤다. 태광 성광벤드 하이록코리아가 국내 피팅업계를 과점하고 있다. 경쟁자인 유럽 회사들이 재정위기 탓에 부진한 것도 기회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피팅 쪽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면서 주요 3개사의 성장률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2%까지 확대한 태광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고 꼽았다. 태광의 주가는 올 들어 7일까지 26.9% 급등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태웅 현진소재 등 단조 분야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며 “다만 동종 업체가 많고 중국 회사와 경쟁이 심화되는 점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포스코한국전력 에 열교환기 등을 공급하는 비에이치아이, 엑손모빌 등 글로벌 정유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S&TC 등을 톱픽으로 꼽았다.

최근 주가흐름이 실적 기대감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1년 전 전방산업의 호조가 실적에 뒤늦게 반영된 면도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은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유미/김동현/고은이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