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주주, 경영진에 76조원 사상 최대 손배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사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일부 주주들이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5조5000억엔(76조원) 규모의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교도통신이 5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이뤄진 민사소송 가운데 최대 금액이다.

도쿄전력 주주 42명은 이날 도쿄 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대상은 역대 경영진 27명.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주주들은 소장에서 “도쿄전력이 2008년 규모 8.3의 지진이 발생하면 최대 15.7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현 해안 일대를 덮칠 수 있다고 자체적으로 계산하고도 이에 따른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쓰나미에 대한 대책을 태만히 하는 바람에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되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사고 직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쓰나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수준이었다”고 항변했다.

작년 3월11일 당시 후쿠시마 원전 인근엔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 14~15m 높이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이로 인해 원전 건물이 4~5m까지 침수됐고 원자로의 냉각기능이 마비돼 일부 원전이 수소 폭발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77만테라(테라는 1조)베크렐로 추정된다. 이 중 반감기가 길어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세슘의 방출량은 1만5000테라베크렐에 달한다.

주주들은 승소 할 경우 배상금 전액을 원전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도쿄전력 경영진 개개인이 감당하기엔 손해배상 금액이 지나치게 크다”며 “실제 돈을 받아내려기보다는 도쿄전력의 안일한 대처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가 더 강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