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은 장점…운전자 편의 기능은 프리미엄급
크라이슬러, 올해 1800대 판매 목표
[시승기] 2012년형 300C, 크라이슬러 세단도 프리미엄車 가능해!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승용차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덜하다.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차 '캐딜락'이나 포드 '링컨'을 제외하면 해외에서도 '대중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하지만 크라이슬러의 신형 300C는 웅장한 외관을 보나 고급 옵션이 풍부한 실내 공간을 보나 '프리미엄 세단'으로 손색 없다. BMW 7시리즈와 같이 널찍한 운전석에 앉으면 "미국 차는 촌스럽다"는 편견을 잊게 한다.

뉴 300C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상품성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배기량 3600cc 엔진을 얹은 대형 세단이지만 가격은 가솔린 5570만 원, 디젤 5890만 원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동급 배기량 차종에 비해 평균 4000만 원 싸다. 현대차 제네시스 3.8(4970만~6290만 원)과 비슷하다.

이 차를 탄 지인이 차값을 물어보길래 답했더니 "생각보다 싸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3000cc급 대형 승용차를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뉴 300C는 합리적인 구매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다.

[시승기] 2012년형 300C, 크라이슬러 세단도 프리미엄車 가능해!
겉모습부터 대형 세단을 선호하는 고객의 시선을 끌만한 요소를 갖췄다. 전면부 가로형 7단 그릴은 위엄 있는 대형차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딱딱하고 투박했던 구형 디자인은 헤드램프(전조등)와 프런트 범퍼, 본네트 등 외관은 부드럽고 유연해졌다. 실내 편의기능은 프리미엄급으로 높였다.

8.4인치 LCD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 각종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지원했다. 전자식 주행정보시스템(EVIC)을 제공하는 클러스터(계기판)는 컬러 디스플레이로 업그레이드해 운전의 지루함을 없앴다.

최근 시승한 뉴 300C 가솔린은 크라이슬러가 지난 1월 출시한 2012년형 모델이다. 지난해 7년 만에 풀 체인지 됐다. 이 차에 들어간 3.6ℓ V6 펜타스타 엔진은 매년 세계 10대 엔진을 뽑기로 유명한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산 승용차 가운데 처음으로 독일 ZF사와 공동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기존 6단이던 변속기 단수가 2단이나 넓어지면서 주행 가속감이 더욱 매끄러워졌고 연료 효율도 향상됐다.

지난 주말 자유로를 타고 구리에서 임진각까지 달려봤다. 최대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6.0kg·m을 뿜어내는 힘은 페달을 밟는대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도로를 가로질렀다. 공인 연비는 구형보다 7% 개선된 9.7km/ℓ다.

300C 가솔린은 디젤 모델(56.0kg·m, 13.8km/ℓ) 보다 토크와 연비는 떨어지지만 주행 정숙성은 훨씬 낫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자유로를 달려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크지 않았다.

고속 주행시 노면 진동이 잦은 것은 흠이다. 하지만 BMW X드라이브 또는 벤츠 AMG처럼 스피드를 즐기는 차종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흠잡을 부분은 아니다.

그렉 필립스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올해 한국에서 뉴 300C를 월 150대씩 팔겠다"고 말했다. 5000만 원대의 차값을 고려하면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한 수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300C 가솔린의 판매 가격이 종전(5980만원)보다 400만원 싸진 것도 구매력을 끄는 요인이다.

요즘 미국에선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약진에 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009년 파산 위기에 처해 미 정부로부터 구제 금융을 요청했던 '디트로이트 빅3' 가운데 크라이슬러의 판매 상승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크라이슬러(지프·닷지 브랜드 포함)의 미국 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3만4000대를 기록했다. GM(1.1%)과 포드(14%)와 비교해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신형 300C의 업그레이드는 새 신발을 신고 힘차게 달리고 있는 크라이슬러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시승기] 2012년형 300C, 크라이슬러 세단도 프리미엄車 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