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펑펑 쓰는 '3기 푸티노믹스'…유럽 재정위기 재연 우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후 6년 만에 다시 국가 정상 자리에 복귀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향후 경제정책 초점은 성장에서 분배로의 전환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프라브다는 “푸틴이 9조9000억루블(378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사회복지 정책 공약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하는 수준이다.

교사와 과학자 등의 연봉을 2018년까지 두 배로 올리는 등 연금, 복지, 교육 분야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도 대폭 확대하고, 사립 유치원 숫자도 크게 늘린다. 임기 내 집값을 지금보다 20~30%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하해 국민들의 내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을 2020년까지 현재의 1.6배 수준인 4만루블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20년간 일자리를 2500만개 이상 늘리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푸틴이 이처럼 복지 증진과 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반(反)푸틴 정서를 무마해 안정된 집권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푸틴은 과거 대통령으로 재직한 8년간 석유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팔아 남긴 돈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소위 ‘1기 푸티노믹스’라 불리는 그의 경제정책으로 러시아 경제는 고도성장을 지속했고 중산층의 부가 축적됐다. 그러나 집권 3기를 맞아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으로 정책을 180도 전환키로 했다.

외국 자본의 러시아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경제개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이미 경제 현대화를 위한 투자펀드(RFDI) 규모를 지난해 20억달러에서 5년 내 1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법규 간소화, 행정 장벽 제거, 외국인 출입국·체류 관련 제도 개선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선 러시아의 복지 확대와 재정지출 증가가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와 같은 유가 상승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각종 복지를 감당할 재원 마련이 불투명하다”며 “최근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를 러시아가 그대로 답습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4.3%보다 하락한 3.3%로 전망, 푸틴의 신경제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