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모든 수출기업 위안화 결제 허용…기축통화 행보 '가속'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모든 수출입 기업에 위안화 무역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은 올 들어 △국내 은행의 위안화 해외 채권 발행 허용 △글로벌 선물 상품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추진 △위안화 개인 송금 일부 허용 등 위안화 국제화 관련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안화는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 달러화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다투는 화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2009년 수출기업의 위안화 결제를 시범적으로 허용했다. 365개의 주요 수출기업이 대상이었다.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점진적으로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이 정책은 2010년 20개의 성과 시에 있는 6만개 기업으로 확대 적용됐고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전역의 등록 기업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인민은행 재정부 상무부 해관총서 세무총국 등은 3일 합동 통지문을 통해 “앞으로는 모든 기업에 대해 위안화 수출입 결제를 허용한다”며 “위안화 결제와 관련, 더 이상 규제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무역결제 제도는 도입 2년8개월 만에 전면적으로 확대돼 위안화 무역결제 금액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오우양보쓰(歐陽博思) HSBC은행 무역서비스 부문장은 “이번 조치는 위안화 국제화에 진일보한 중요한 조치”라며 “많은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결제를 이용해 수출입 거래비용을 줄이고 외환 변동 위험도 피할 수 있게 돼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위안화 무역결제는 시행 첫해인 2009년 36억위안에 불과했지만 2010년 4393억위안, 지난해 2조80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위안화 무역결제가 전체 무역거래액의 약 9%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또 정부가 외국인의 위안화 직접투자를 허용하면서 지난해 위안화로 결제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1109억위안에 달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가치 폭락에 대비하기 위해 위안화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기업들의 무역결제 외에도 외국인의 위안화 직접투자를 허용했고, 세계 각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위안화 사용을 늘려왔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만도 한국을 비롯한 14개국, 1조3000억위안 규모에 달한다.

최근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자유로운 거래가 제약받고 있어 국제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2015년까지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자본시장 개방 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최근 발표한 금융보고서에서 “세계 화폐체제가 달러·유로화 두 개 중심 축에서 위안화가 포함된 세 개 축으로 바뀌고 있다”며 “2020년이면 위안화는 아시아 지역의 핵심 화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