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앞으로도 하나금융의 심부름꾼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갖고 47년 금융인 생활을 접으며 하나금융을 떠나는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하나금융이 원하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며 “다만 경영에 간섭할 뜻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인으로 행복했다"

떠나는 김승유 "신한금융 뛰어넘을 것"
김 회장은 “잘 아는 게 금융밖에 없는데 금융인으로서의 생활을 원만하게 마감해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하나고등학교 이사장 임기가 8월이면 끝나는데 처음 입학한 아이들이 대학 들어가는 것까지는 봤으면 좋겠다”며 “현재는 그게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금융외환은행 둘 가운데 한 곳을 인수·합병(M&A)할 기회가 다시 온다고 하더라도 외환은행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결합으로 신한금융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내부적으로 2년 안에 신한금융을 따라잡고 3년 내 넘어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론스타가 지난해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연장한 뒤 큰 규모의 중간 배당을 실시했을 때 딜이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경영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한 것은 잘했지만 너무 단기적으로 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금융인으로서 최고의 순간으로 SK그룹이 어려웠을 때 해외채권단과 국내채권단을 동등하게 대우하며 우리 페이스대로 끌고 갔을 때를 꼽았다. 김 회장은 또 “한국 금융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법률체계와 감독체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나금융 후임 인사 안갯속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및 하나은행장과 관련해 일반적 추측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지금까지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후임엔 임창섭 하나금융 부회장(58)이 유력하고, 김정태 하나은행장 후임엔 이현주 하나은행 리테일영업그룹 총괄 부행장(53)과 김병호 경영관리그룹 부행장(51)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후임 인사는 5일 이뤄진다.

김 회장은 인사와 관련, “김정태 차기 회장과 손발이 맞는 사람이 지주 사장과 하나은행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며 “김 차기 회장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현주 김병호 부행장에 대해 “부행장이 된 지 9개월밖에 안 됐거나 나이가 너무 젊다는 지적도 있다”며 “다들 능력이 있지만 다른 고참 부행장들이 많아 전체적인 안배 차원에서 다음 기회를 봐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김종준 하나캐피탈 사장(57)이나 한성수 하나은행 심사그룹 총괄 부행장(56) 등 고참 그룹군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김 사장은 하나캐피탈을 2년여간 맡아 경영하면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순이익 434억원)을 올렸다. 한 부행장은 김정태 행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데다 심사업무를 총괄하면서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